[김민호 기자]“실무 직원들도 (불출마 선언을) 몰랐다. 방송을 보고야 알았다. 본인은 홀가분하겠지만 생업을 접고 도우러 온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사퇴 전에 격려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맞다.”(반기문 캠프 관계자)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사무실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숙 전 유엔 대사와 대변인 등 일부 핵심 측근을 제외하고는 불출마 선언 자체를 몰랐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반 전 총장이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자청하기까지 사무실 관계자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김숙 전 대사 등 외교관그룹이 반 전 총장을 망쳤다”고 비판했다. “직원들 얘기를 좀처럼 듣지 않았다. 쓴소리를 하면 단 한마디도 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마포 사무실에 가진 기자회견이 별로였다. 이 회견 직후 반 전 총장도 심리적 동요를 일으킨 것 같다”고 전했다.

설 연후 직후 가진 당시 기자회견에서 반 전 총장은 "개헌협의체를 만들어 대선 전에 개헌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회의적 반응을 보이자 크게 실망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기자회견에서 촛불 민심과 관련, “초기 순수한 뜻보다 약간 변질됐다”는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회의감을 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마포 사무실에는 10여 명의 상근직원들이 머물며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다. 장외 캠프까지 아우르면 5곳 넘는 곳에 30명 넘는 직원들이 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잇따라 방문한 반 전 총장은 마포 사무실에는 들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참모들도 정례 회의를 갖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의 일정을 알리는 단체 카톡방도 이날 오전 급작스럽게 폐쇄됐다.

이 같은 사실들을 감안할 때 반 전 총장은 전날 밤 이미 사퇴를 결심하고, 핵심 측근들에게만 이를 알린 것으로 보인다. 이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돌며 지지율 하락을 만회할 마지막 돌파구를 찾았으나 여의치 않자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 이루고 국가 통합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정치권의)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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