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 누리꾼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2일 새벽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오민석 판사는 "영장 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의 사유를 밝혔다.

우 전 수석의 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분노를 표하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advi****)은 "우병우 이 법꾸라지(법+미꾸라지의 합성어.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행태를 비꼰 말) 반드시 구속시키자. 건방진 행동 못하게 해야 한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특검과 검찰 출석 과정에서 기자를 째려보고 국회 청문회에서 불량한 태도를 보인 우 전 수석의 그간 행태에 분노한 민심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어쨌건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을 피했다.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을 적용한 특검팀 구속영장 청구에 특수통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이 일단 '한판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판사는 22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우 전 수석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민여론 및 민심동향 파악', '공직·사회기강 관련업무 보좌' 등 민정수석의 광범위한 업무 영역을 고려했을 때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우 전 수석이 최씨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형사처벌이 필요한 범죄 행위로까지 볼 수 있느냐는 문제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또 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인 직무유기 또한 입증이 상당히 어려워 이날 구속영장 기각 주요 이유가 됐다. 직무유기는 도덕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대표적인 범죄로 꼽힌다. 단순히 불법행위를 방조한 게 아니라 적극적인 묵인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찰 등의 방법으로 청와대 지시에 협조하지 않았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을 찍어냈다는 의혹 역시 민정수석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법리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 권한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한데 대체 어디까지를 정상적인 권한 행사로 볼 것이냐 자체가 쟁점이 될 수 있어서다.

특검팀 관계자 역시 "우 전 수석 피의사실 중 직권남용 부분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것을 사과하면서도 적극적인 관여 의혹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각종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동조한 사실이 드러나지만 않는다면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대응전략을 볼 수 있다.

특검팀이 입수한 최씨와 우 전 수석 사이 인사 관련 파일도 영장심사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인사파일을 확보해 놓고도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 구속에 실패하면서 특검팀의 수사 마무리에 큰 '생채기'가 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대상인 우 전 수석 신병확보에 실패하면서 특검팀은 아쉬운 마무리를 해야할 상황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전후로 특검팀에서는 100% 자신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법조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며 "오히려 영장이 발부된다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한 판례를 새로 써야할 만큼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 될 뻔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6일 미주교포지인 선데이저널이 ‘우병우는 대통령보다 성역이었다’는 제하의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병우의 불구속을 예언한 글로써 박근혜-최순실 막장극 방패막이 우병우가 최종승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우병우는 대통령보다 성역이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정부에서 마음껏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이유는 정권의 ‘사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과 국세청은 권력의 개가 되어 정권을 비호했고, 국세청은 국민이 아닌 정권에 부역했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직사회가 최순실이라는 개인을 위해 움직였다. 이런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부정부패와 부조리를 감시해야 하는 역할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민정수석은 부패 및 부조리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최순실 일당의 비리를 눈감아 주는 일을 했다. 따라서 오늘날의 최순실 사태를 있게 만든 장본인 중 하나가 우 전 민정수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는 우 수석을 등에 업고 공직사회를 쥐락펴락했다는 것이다.

특검법에 명시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 관련 수사대상은 9호와 10호에 명시돼 있다. 9호에는 “제1호부터 제8호까지의 사건과 관련하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민정비서관 및 민정수석비서관 재임기간 중 최순실(최서원) 등의 비리행위 등에 대하여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한 직무유기 또는 그 비리행위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를 방조 또는 비호하였다는 의혹사건”이고 10호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스포츠의 모금 및 최순실(최서원) 등의 비리행위 등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해임되도록 하였다는 의혹사건” 두 가지다.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도 우병우가 주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검팀은 1차 수사 기간 종료를 약 2주일 앞두고 대통령 대면조사, 청와대 압수수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핵심 수사 대상인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체적인 소환조사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이규철 특검보는 우 전 수석 수사계획에 대해 지난 2일 “조만간 소환할 것”이라고 했다가 지난 10일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는 결정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을 묵인 또는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에 제기된 혐의만 10여 개에 달한다. 그는 지난 2014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비위 내사결과를 보고받고도 묵인했다는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세월호 사건이나 ‘정윤회 문건사태’ 검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도 있다.

여기에 <선데이저널>이 지난주 보도한 각종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해 우병우 전 수석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수사해야 한다. 우병우 전 수석이 이끌던 민정수석실은 2015년 10월 한국형 전투기 KF-X 핵심기술 이전 거부 사태가 터지자 진상파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우병우 사단이 김기동 검사를 방산비리 단장에 앉히고 방산비리는 없다고 덮어 버렸다. 우병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항공기 사업 관계자들을 두루 불러들여 핵심기술 이전이 안 되는 이유를 캤을 텐데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민정수석실은 당연히 KF-X 기술 이전 거부 파문의 전말을 알기 위해 어떤 정무적 판단으로 록히드 마틴의 F-35A를 선정했는지를 조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우병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져 나오면서 군 관계자들로부터 “F-X 사업은 군이 아니라 윗선이 좌우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최순실과 우병우가 움직였다”는 F-X 사업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결국 당시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었던 민정수석실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을 텐데 민정수석실을 이를 사실상 덮었다. 이런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특검은 가장 먼저 수사에 나섰어야 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내세워 지금까지 수사를 하지 않고 있어 면죄부를 주기위한 야합수사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 묵묵히 구치소 나서는 우병우
핵심 수사는 시작도 안 해

그러나 특검이 지난해 12월1일 출범한 이래 우 전 수석과 관련해 수사한 것은 개인비리에 그쳤다. 정작 핵심인 국정농단 관련 의혹은 수사가 미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특검이 공개소환한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 백승석 경위는 가족회사 정강의 회삿돈을 횡령해 미술품을 구입한 것과 우 전 수석 아들의 병역 특혜에 관련된 인사다.

일각에서는 친정격인 검찰 내부의 문제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특검이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일례로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냈는데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가기 하루 전날 이를 돌려줬다. 수사 정보 유출 배후에 우 전 수석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를 수사하려면 검찰 내부가 수사 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물론 특검팀은 최씨를 몰랐다는 우 전 수석의 주장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한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도 고심하고 있다. 통상 직무유기는 직무를 포기한다는 명확한 의사가 드러날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특검이 수사의지가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등 특검의 핵심인력과 우 전 수석의 친분도 지지부진한 수사 원인으로 거론된다. 박영수 특검은 우 전 수석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의 ‘양아버지’로 불린다. 윤 수사팀장은 과거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으로 근무할 때 직속상관이던 우 전 수석을 ‘깍듯이 모셨다’는 말도 나왔다.

우 전 수석이 워낙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특검 입장에서는 고민이기는 하다. 특검이 우 전 수석의 소환을 결정하고, 소환날짜를 통보하더라도 우 전 수석이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출석 때도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 특검의 가장 큰 약점이 ‘수사기간 부족’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 전 수석이 개인사정을 이유로 소환을 2~3일만 늦추더라도 특검의 전체적인 수사 계획은 달라질 수 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특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검에서 수사한 모든 사안들은 다시 검찰로 넘어간다. 그럴 경우 최순실 게이트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우병우 전 수석 라인이 다시 가동될 가능성도 높다. 채 전 총장은 한마디로 의혹 대상자들이 수사를 지휘하는 특검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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