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동흡 변호사는 27일 박 대통령의 의견서를 대독하면서 "박 대통령은 국내외 어려움이 산적한 상황에서 저의 불찰로 국민들께 상처드리고 국정운영에 부담주는 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변론을 준비하면서 4년을 돌이켜보니 부족한 점 많았고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한 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공직에 있는 동안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했다"며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어떤 기업들로부터 부정청탁을 받거나 이를 들어준 바 없고 그와 관련해서 어떤 불법적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탄압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며 "세월호 사고와 관련, 구조와 사고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고 미용시술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소추사유를 하나하나 지적하며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특검 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난 7가지 증거조차 부정하면서 "결과에 대한 정당성 못지않게 과정에 대한 정당성이 보장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역사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는 데 최선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대통령의 '거짓말, 거짓말' 답변을 정리했다.
첫째,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사항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관여해 대기업 53사에 774억원을 출연토록 하는 등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 측도 지난 2015년 7월과 이듬해 2월 기업 총수들과 잇따라 독대(獨對)할 때 두 재단에 출연하기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이 재단 명칭과 이사진 명단, 사무실 위치까지 최씨로부터 전달받아 안 전 수석에게 일일이 지시한 사실이 안 전 수석 업무 수첩과 관련자 진술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문화 융성을 위해 선의(善意)로 기업에 후원을 부탁했을 뿐 강요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한류를 확산하고 인재양성을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도로 문화체육재단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수석으로부터 듣고 도울 게 있으면 도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둘째, 박 대통령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관한 사항
연설문 수정은 "최씨가 제일 좋아하는 건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일"이라는 고영태씨의 폭로는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이 2013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사용한 대포폰 2대의 통화·문자 기록을 분석한 결과 정 전 비서관은 이 기간 최씨에게 연설문 등 청와대 자료 178건을 보냈고, 최씨는 이 중 95건을 수정해 정 전 비서관에게 다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나도 개인적인 일정이 있는데 정 전 비서관이 수시로 연설문과 말씀자료를 보내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최순실씨가 40여년간 소소한 일을 도와줬고 연설문 표현에 대해 최씨로부터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며 "그러나 정책사항, 인사, 외교 등의 문건을 전달해 주고 최씨가 국정을 농단할 수 있게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셋째, 청와대 문건 유출에 관한 사항
최순실씨의 태블릿 PC와 외장 하드 등에서 발견된 청와대 문건들은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씨와 공유하는 이메일 계정에 문건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13차례에 걸쳐 작성된 정 전 비서관의 검찰 신문 조서를 확인한 결과, 정 전 비서관은 유출된 기밀 문건 47건 가운데 최소 16건에 대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정 전 비서관에게 문건을 최씨에게 주라고 한 적이 없고 기밀 누설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넷째, 최순실의 인사 개입에 대한 사항
최순실씨가 측근인 광고 감독 차은택씨의 추천을 받아 차씨의 대학원 스승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지인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이 임명되도록 힘쓴 사실도 확인됐다. 차씨도 최씨 추천으로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에 임명됐다. 최씨가 이들을 박 대통령에게 추천해 임명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과 유재경 주(駐)미얀마 대사도 최씨 추천으로 임명된 사실이 탄핵 심판과 특검 조사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정규재TV' 인터뷰에서 최씨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문화 쪽이 좀 있었다"면서도 "추천을 받아도 검증한 뒤 인사를 한다"고 했다. 이와는 별도로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씨의 측근인 이동수·신혜성씨에 대해 "이씨가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고 신씨가 이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지시했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추천한 인물이 고위직에 임명됐다는 의혹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최씨로부터 추천받아 특정인을 임명한 적 없고 어떤 누구로부터도 개인적인 청탁받아 공직에 임명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정인을 찍어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능력이 부족하거나 비위가 있으면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해 면직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다섯째, 최순실 지인의 민원을 해결해준 사항
최씨가 2014년 10월 딸 정유라씨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인 KD코퍼레이션이 현대자동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청탁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전 수석에게 "훌륭한 기술이 있으니 채택할 수 있는지 (현대차에) 알아보라"고 했다. 이후 현대차는 2015~2016년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제품 10억여원 상당을 납품받았다. 최씨는 청탁한 지인으로부터 샤넬 가방 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라고 했다.
여섯째, 정유라 승마 지원에 관여한 사항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2014년 9월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승마 유망주'를 발굴해 좋은 말을 사주고 해외 전지훈련도 지원해 달라"고 했다는 삼성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또 최씨 모녀에 대한 삼성 측의 승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승마 선수들에게 전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 독대 이후 삼성은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했다는 게 특검 설명이다. 특검은 삼성의 정씨 승마 지원이 삼성물산 합병 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정부 도움을 받는 대가라 보고 이 부회장을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했다.
일곱째,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에 관한 사항
특검 수사로 현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인과 단체 명단을 만들어 예산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김종덕 전 문체부장관 등이 특검에 구속됐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2013년 9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좌편향 문화 예술계에 문제가 많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