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박근혜 정권이 출범 4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낙인을 받은 박근혜 정권은 경제 분야에서도 낙제 수준의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였던 ‘창조경제’ 사업도 안갯속에 빠졌다.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부처의 존립 여부도 미궁에 빠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체적인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실행방식이 구시대적이고 일방통행적이어서 제대로 된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굵직 굵직한 슬로건들을 내놓으면서 경제 부흥의 목표를 설정했다.

일찍이 창조경제를 천명하며 경제 생태계 변화를 추진했고, 2014년에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했다.

거시경제 지표 상으로는 '474비전'을 제시했다. 정권 내 잠재성장률 4%, 고용율 70%, 국민소득 4만 달러 등 구체적인 지향점을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거시지표의 대표 격인 경제성장률을 들여다보면 저성장 국면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출범 원년 2.9% 성장률을 기록했고 이듬해 3.3%까지 올랐으나 2015년 2.6%, 지난해에는 2.7%에 그쳤다. 올해 역시 주요 기관들은 2%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연간 평균 성장률은 약 2.9%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했던 이명박 정부(3.2%), 노무현 정부(4.5%) 등에 크게 모자란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달러의 벽도 넘지 못했다. 2014년 2만8071 달러에서 2015년 2만7340 달러로 오히려 감소했고, 지난해에도 3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지표도 좋지 않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실업률은 ▲2013년 3.1% ▲2014년 3.5% ▲2015년 3.6% ▲2016년 3.7%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명박·노무현 정부 내내 50%대에 머물렀던 고용률은 2014년(60.2%)부터 60%대로 올라섰지만, 제조업 등의 고용은 줄고 자영업 등에서 늘어 질적인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부채는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가계부채 잔액은 1344조3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증가 속도가 무섭다. 부동산 규제완화와 맞물리면서 가계부채 증가폭은 2013년 5.7%, 2014년 6.5%, 2015년 10.9, 2016년 11.7% 등으로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대비도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력 산업이 빠르게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지만 산업 구조조정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도 늦었다는 지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수준이 세계 25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저출산·고령화는 더욱 심각해지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7.3%나 감소한 40만6300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사회는 당장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내년부터 노인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잠재성장률은 4%는 커녕 2% 대에 머물러있다는 것이 민간연구원들의 평가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20년 이후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입을 모았다. 설정한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추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창조와 혁신, 지식기반,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은 전세계 모든 지도자들이 쓰는 개념이다"면서도 "문제는 추진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창조경제의 경우 처음에는 문제될만한 것이 없었지만, 갑자기 지역별 특성산업과 대기업을 연결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창업과 중소기업 중심에서 대기업 주도로 됐고, 정부가 지시하면 대기업들이 끌고가는 방식이 됐다. 오히려 창조를 억누르는 방식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7개 거점의 혁신센터를 만들거나 대통령이 어느날 갑자기 3개년 경제혁신 계획을 시행하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아버지가 30년 전에 했던 방식"이라며 "그러다보니 혁신과 창조가 제대로 될 수 없었고,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정작 필요한 것들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에 실패했고, 구조조정 측면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를 키운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박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장 아쉽다"며 "가계부채가 앞전에는 상당히 안정돼 있었지만, 단기적으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분탕을 친 모양새"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창조기반을 다지고 경제질서를 바꿔야하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조급해졌다. 결국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려고 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불확실한 시대에 예측가능성을 잡아 줄 정부의 정책 자체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버렸다"며 "모든 것이 흐트러졌다. 정말 너무나 아쉽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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