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곧바로 들어가지 못한 이유가 드러났다.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미르재단이 설립될 무렵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私邸) 내 가구 등을 박 전 대통령도 모르게 모두 처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14일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매체는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40년 지기’ 이상의 관계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10일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심판 직후 사저로 바로 돌아가지 못한 이유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씨는 2015년 10월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침대와 서랍장, 가구 등 모든 집기를 빼냈다. 이 집기들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간 뒤 최씨의 조카 장시호(38ㆍ구속기소)씨가 머물던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로 옮겨졌다. 당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 업무 처리를 위해 제주도에 살던 장씨의 서울 임시 거처에 가구 등 집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초 장씨가 생활에 필요한 집기를 구매하려 하자 최씨는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며 “중고를 줄 테니 일단 쓰라”고 했다. 거처로 옮겨진 침대 등을 보고, 장씨는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것임을 금방 알아챘다. 박 전 대통령이 젊은 층과 소통한다며 2004년 2월21일 개통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던 사저 사진에서 본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자신의 소유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관리인 A씨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집기들을 장씨 거처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A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박 전 대통령의 집을 관리해왔던 인물이다.

이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허락 없이도 집기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을 만큼 두 사람 관계가 긴밀하다는 방증이다. 관리인인 A씨가 최씨의 말에 두말 없이 따른 것도 오랜 기간 두 사람의 관계를 봐왔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처분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직후 자택 점검에 나선 청와대 측은 집기가 모두 사라진 걸 알아채고 부랴부랴 TV와 냉장고 등 집기를 구입해 설치했다. 집 관리를 도맡아 하던 최씨가 구속되면서 방치돼 있던 박 전 대통령 사저는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고, 물도 샜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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