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골프장 향하는 사드 장비
[김민호 기자]주한미군이 2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핵심장비를 경북 성주군 골프장에 기습적으로 배치했다. 이날 군 관계자는 "사드 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박빙 접전 양상이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 우세'로 뚜렷이 기운 국면에 서의 기습 배치작전이었다. 단순 우연으로 보기엔 절묘한 타이밍이다.

대선을 불과 13일 남겨놓고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수 없도록 서둘러 대못을 박은 셈이다.

하지만 국방부의 당초 약속과 달리 법이 규정한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며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서 위법성 논란이 거세질 조짐이다.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역내 분쟁의 파고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드 부지인 성주골프장은 지난 20일 미군에 공여됐다. 포대 설치 등을 위한 시설 공사를 하고 환경영향평가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부지 공여 닷새 만에 여러 절차를 생략한 채 포대 배치와 시험가동이 시작됐다.

그간 국방부는 한·미 협의 과정 등을 고려할 때 다음 달 9일 대선 전에는 사드 배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 20일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완료한 직후에도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작업이 남아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 레이더와 발사대 2기, 교전통제소 등 주요장비를 골프장 안으로 반입했다”며 “바로 연결만하면 되기 때문에 이번 주에도 시험가동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 1개 포대는 레이더와 발사대 6기, 요격미사일 48발, 발사통제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날 기습배치로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한반도 주변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는 전략 균형을 파괴하고 긴장 정세를 한층 더 자극할 것"이라며 한미 양국에 장비 철거를 촉구했다. 그는 "중국 측은 반드시 자신의 이익 지키는 데 필요한 조치를 결연히 취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문재인 후보 측은 사드 배치를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문 후보 선대위 박광온 공보단장은 2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민 의사와 절차를 무시한 사드 반입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이는 차기 정부의 정책적 판단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문 후보는 사드 배치가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합의를 거치고, 국익과 한·미동맹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차조차 무시한 장비 반입 배경 뭔지, 국방부와 군은 어떤 역할 했는지 분명히 밝혀달라"며 "이제라도 이동배치를 중단하고, 차기 정부에서 이 문제가 최종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은 “사드 배치는 국내법 절차에 따라 일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유감을 표명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측과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주한미군이 발사대와 레이더가 들어설 자리에 별도의 시설공사를 하지 않을 경우 사드 가동은 다음 달 중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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