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선데이저널 캡쳐
[김홍배 기자] 지난 18일, 박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박용철씨 유족이 검찰을 상대로 “비공개 사건기록 복사를 허용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유족 측에 승소 판결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사망하면서 공소권 소멸로 처리돼 묻혔던 사건이 재수사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번 수사기록 공개가 박 전 대통령 일가 수사까지 확대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미스터리는 한 둘이 아니지만 핵심은 그 배후를 밝혀내는 일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고 본인은 자살하는 과정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만큼, 사건의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게 합리적인 의심이다.

이와 관련, 이 사건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미주 선데이저널의 제보 보도내용이 사실인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시사플러스에서도 몇차례 보도했듯이  사건의 시작은  박 씨가 2011년 9월 6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한산국립공원 등산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부터 시작됐다. 칼로 복부를 여러 군데 찔리고, 머리도 망치에 맞아 함몰된 채였다. 혈액에서는 신경안정제 성분이 검출됐다. 박 씨가 사망한 곳에서 3km가량 떨어진 등산로에서는 박 씨의 사촌형 박용수 씨가 단풍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의 지인들은 경찰에서 “박용수 씨가 금전 문제로 박용철 씨에게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박용수 씨가 박용철 씨에게 약을 탄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뒤 북한산으로 끌고 가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검찰도 경찰의 의견대로 박용수 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박용철 씨 유족은 이후 “박용철 씨의 사망 이전 한 달간 통화기록과 통화 상대방의 신상정보 등 비공개 수사기록을 등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기밀이 누설될 수 있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유족이 요청한 정보는 기밀로 볼 수 없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재산 문제를 조사하면서 이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검토한 바 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이던 1982∼1990년 최 씨 일가가 재단 자금을 빼돌려 막대한 재산을 형성한 것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수사기간 연장이 불발돼 관련 기록을 검찰로 넘겼다.

경찰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한 둘이 아니었다. 국과수 조사 결과 사건 현장에서 수거된 한 담배꽁초에서는 박용철ㆍ박용수가 아닌 다른 남성 DNA가 검출되기도 했다. 박용철씨의 휴대전화기도 사라졌다. 사라진 박씨의 휴대전화에 관심이 모이는 까닭은 박씨의 발언 때문이다. 박씨는 2010년 9월1일 재판에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사건 관련 녹음파일이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런 모든 정황은 타살을 의심케 했고, 그 배후로 박지만 EG회장이 거론됐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일부 기자들을 고소했다. 하지만 고소당한 기자들은 모두 무죄가 났다. 그렇다고 해서 박지만 회장이 이를 사주했다는 증거도 드러나지 않았다.

23일 선데이저널 보도에 따르면 11월 29일 새벽 본국에서 걸려온 제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시 매체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최순실이 강남의 조폭들이 배후에 있다는 보도를 했고, 과거에서부터 꾸준하게 박근혜 대통령 주변을 취재한 사실을 알았던 제보자는 지난 2011년 발생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오촌형제들 간 살인사건과 관련해 몇 가지 내용을 제보했다.

제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이 제보자는 박근혜 오촌 살인 사건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며, 범인은 한국 유명 조폭 두목인 H씨의 부하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범인은 필리핀으로 도주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으며, 범인은 도피자금이 떨어져 폭로회견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었다.

박용철 씨의 죽음을 놓고 의혹이 무성한 이유는 그가 숨진 시점이 박근령 씨의 남편 신동욱 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신 씨는 2007∼2009년 인터넷에 “박지만 씨가 육영재단을 강탈했고, 박용철 씨에게 위협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박용철 씨는 생전에 “박지만 EG 회장의 비서실장과 통화한 녹음파일이 있다”며 육영재단 사태 배후가 박 회장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법정에서도 이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었다. 박용철 씨의 증언을 듣지 못한 채 진행된 재판에서 신 씨는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2013년 2월까지 복역했다.

신 씨는 만기 복역 후 출소했고,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새로운 내용을 주장했다. 최순실 씨와 연인 관계에 있던 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주요 제보자 고영태 씨가 사건과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신동욱 “고영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제보자인 고영태는 알려진 대로 광주출신으로 국가대표 펜싱선수로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이며 특히 강남 호스트바 세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고영태가 최순실을 만난 시기는 2006년 여름, 고영태가 신사동 대한생명 인근 ‘호스트바’ 총지배인으로 일할 때였다. 최순실 조카 장시호의 소개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고영태는 20대 후반에 불과했으나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고향 선배인 조폭 H씨가 운영하는 호빠세계에 입문했다.

최순실과 만난 고영태는 갑작스런 신분 상승을 하기 시작했다. 최순실은 강남 리베라 호텔 맞은편에 수백 평짜리 대형 호스트바를 차려주었고 당시 재력가들만 탈 수 있는 벤츠 500S를 사주는 등 스폰서를 자처했다. 이후 둘 사이는 내연 관계로 발전한 바 있다. 바로 이 때 박근혜 5촌조카 살해사건이 터지고 최순실이 골치덩어리인 5촌 조카들을 청부 살해 사주했다는 의혹이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져 나왔다.

만약 최순실이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는 단서가 포착되면 최순실게이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점화될 것이 확실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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