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이영학이 사이코패스인가? 아니면 지능범인가?

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가 검찰 조사에서 범행동기 등에 대해 침묵 또는 진술 번복 등의 모습으로 일관해 수사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이씨가 (범행동기 등)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을 우리가 구체적으로 확인하면 그 부분을 회피한다"며 "추행하려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고 조서를 들이대고 말하면 '예'라고 하고 다시 물어보면 '아니다'라고 하기도 한다. 이야기할 때 진술이 오락가락 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딸의 수술비 모금 등을 목적으로 방송 활동을 하며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고급 외제차를 끌고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등 대외적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어린 여학생들에게 성적인 접근을 하는 등 성적 집착 증세를 보이고 아내 시신에 키스를 하는 엽기적 행각을 벌인 사실이 밝혀지며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의심을 받았다.

실제로 이씨의 수사에 투입된 프로파일러 이주현 경사는 "이씨가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평가 결과 40점 중에 25점 이상은 성향이 있다고 본다. 이씨는 25점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사이코패스 진단보다는 지능범이라는 측면에서 이씨의 범행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라고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확대해석하는 건 위험하다. 잔인한 범죄는 전부 다 어느정도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 경우는 상황이 철저하게 계획된 것을 봤을 때 지능범 수준에서 분석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강력범죄자만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것으로 보게 되면 성장 과정이나 배경 등 부정적 영향 쪽은 분석이 막히게 된다"며 "전문직 등 일반인들도 사이코패스 점수는 높을 수 있는 만큼 이해나 접근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지적·정신장애 2급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애등급 판정에 의문이 생길 만큼 치밀하게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씨는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블랙박스를 제거하거나, 거짓말로 꾸민 유서 동영상을 제작하고, 수면제를 이용해 자살 알리바이를 만드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씨는 구속 수사를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진술을 번복하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능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피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이씨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씨의 진술에는 거짓말이 너무 많다. 수면제 관련 언급도 거짓말이었고 계속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고 있다"며 "지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사람을 도구화하는 모습들이 보여 이 부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호 교수도 "언론이 지나치게 사이코패스에 매달려 있고 범죄자들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모든 범죄자를 사이코패스라고 한다면 사실상 처벌도 치료도 안 되기 때문에 형사정책이 필요가 없다. 명확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분석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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