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1년째인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지지단체가 석방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김민호 기자]"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꼭 1년이 됐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실망한 국민들이 촛불시위로 서울 도심을 메운 힘으로  국회로 하여금 이같은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1년, 인(人)의 장막 속 제왕적 대통령을 떠받치는 폐쇄적인 청와대와, 정권의 장단에 맞춰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른 권력기관, 낯부끄러운 정경유착과 문화·체육계 비리까지 한국 사회에 켜켜이 쌓인 부조리와 모순이 한꺼번에 민낯을 드러냈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여러 분야에서 '개혁'과 '적폐청산'이란 케치프레이즈 하에 ''신한국'을 외치고 있지만 과감한 개혁 요구와 우려가 엇갈리면서 진통도 뒤따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탄핵과 함께 쓰나마처럼 몰려온 보수의 몰락,  소위 보수라 말하는 정당들은 ‘박근혜식 정치’에서 묶여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 보수가 지리멸렬하는가'가 더 화두가 되고 있다.

보수 정치세력의 ‘맏형’ 격인 자유한국당은 인물도 노선도 없이 문재인 정부 실정만 기대하며 색깔론 공세 등 구태의연한 반대투쟁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카오스 상태다.

지난 8일 경향신문은 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 1년을 평가하면서 한국당을 '정책 논쟁 없고 권력투쟁만 난무하는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주축인 친박계는 폐족으로 몰렸고 탄핵 이후 홍준표 대표가 구원투수를 맡았지만 그 역시 대선 패장으로 '자격미달'이란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가치와 정책 논쟁은 없고, 계파별 권력투쟁만 난무하고 있고 당 대표가 앞장서 자당 의원을 ‘바퀴벌레’라고 하는 등 막말 공방만 난무한다.

보수세력 혁신을 위한 새로운 노선 논의는 전무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박정희식’ 개발독재, 반공주의, 권위주의도 쇠락했지만 보수의 새 길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철 지난 색깔론 공세만 반복하고 있다. 방송사 노동조합의 투쟁을 ‘좌파 음모’, 현 정부의 새해 예산안을 ‘사회주의’로 몰아붙인 게 대표적이다. 국민이 선택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을 ‘종북’ ‘주사파’라고 몰아붙였다.

이 같은 이념 논쟁에 체질개선도, 인적쇄신도 없다. 원내대표 경선 후보 면면을 보면 과거 친박계가 다수다. 지난 1년간 새로운 지도자를 만들지도, 찾지도 않았다는 방증이다. 실망한 지지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20·30대 젊은 보수들은 지지자가 되길 주저한다. 지도자는 물론 지지세력의 재생산 모두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대구·경북(TK), 노년층 지지에 머물러 있는 ‘꼴통’ 이미지가 더욱 고착화됐다”고 지적한다.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는 보수세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몰락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혁신은커녕 문재인 정부의 실수에 기댄 반사이익만 기다리는 모습이다.

다수의 한국당 의원들은 사석에서 “시간이 지나면 현 정권도 언젠가 무너질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오늘 여의도 한 식당에서 한 한국당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우리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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