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문화예술계 유명 인사의 성폭력 의혹이 대학가에서 또 터져 나왔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조교수인 배우 조민기(53)씨가 성추행 연루 의혹으로 중징계 처분을 받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 조씨는 중징계 처분이 내려지자 대학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오는 28일자로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은 조만간 징계위 결과를 가지고 별도의 면직 처분 절차도 밟을 방침이다.

21일 청주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문제가 불거져 바로 조사에 들어갔고, 여학생들로부터 진술을 받아냈다"며 "양성평등위원회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조씨를 징계위에 회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씨에 대한 성폭력 의혹 제기로 한국 문화예술계 성폭력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터져 나온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조 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러 피해자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증언한 이들은 2009~2013년 입학한 재학·졸업생들이다. 조씨는 2010년 청주대에 부교수로 임용됐다. 피해자들은 조씨가 학교 인근인 청주 안덕벌에 마련한 자신의 오피스텔 등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연극학과 졸업생 ㄱ씨는 “조민기 교수가 오피스텔로 나와 친구를 부른 뒤 술을 먹이고 침대에 눕힌 다음 가슴을 만지고 강제추행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강제추행 중)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다. 당시 우리 나이는 고작 스물한 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민기 교수는 술에 취해 항상 여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피스텔로 5분(오피스텔로 5분 내로 오라는 뜻)’이라고 말했고, 전화를 안 받으면 계속 전화했다”고 했다.

ㄱ씨는 “남자친구와 같이 오피스텔로 불려간 적도 여러 번 있는데 남자친구가 취해 잠이 들면 내 가슴을 만지려 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ㄱ씨는 “(조씨는) 남자친구와 내 앞에서 우리 관계를 두고 성적 모독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여러 명이 가서 여학생 한 명이 취해서 잠이 들면 (조씨는) ‘너희들은 가도 좋다. 얘는 놔두고 가라’고 해서 억지로 깨워서 데리고 나온 날도 많았다”고 했다.

또 다른 연극과 졸업생 ㄴ씨는 “조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술을 마신 후 노래방에 갔다가 술에 취한 조 교수가 여학생들의 가슴을 터치하고 여학생 뒤에서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행동을 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ㄴ씨는 “이날 여학생들은 노래방에서 나와 울면서 서로를 위로하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남학생들도 조씨의 강제추행을 폭로했다. 연극학과에 다녔던 ㅁ씨는 “조 교수가 술자리에서 항상 여학생을 양옆에 끼고 앉아 어깨동무를 하거나 손을 잡고 뽀뽀를 하는 등 신체접촉이 많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조씨의 지속적 강제추행을 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한 피해자는 “우리더러 오피스텔에 안 가면 되지 않냐, 혹은 술을 안 마시면 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며 “학교에서는 조민기가 왕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 조씨의 성폭력 문제를 대학에 제기했다. 영화과 학생이 익명 신문고를 통해 해당 내용을 학교에 알렸고 이후 연극과 졸업생들이 교수들에게 조씨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론화했다. 조씨가 연극과 뿐 아니라 영화과 학생들에게도 성폭력 피해를 입혔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조씨 소속사인 윌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라며 교수직이 박탈된 것이 아니고 사직한 것이라고 했다. 윌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초부터 학교 내에 조민기에 대한 확인 안된 구설이 떠돌기 시작해 대학에 진상규명을 요청했다”며 “학교 측의 조사 중 수업 중 사용한 언행이 수업과 맞지 않는다는 대학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3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은 조민기는 도의적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조씨는 1990년 영화 <사의 찬미>로 데뷔했다.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려왔다. 영화 <변호인>과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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