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컵을 던졌다', '아니다 바닥에 물을 뿌렸는데 튀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갑질'이 있었다는 회의에서 조현민 전무는 종이컵과 유리컵뿐 아니라 휴대전화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던졌고 정작 광고 관련 회의는 하지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는 조 전무 등 대한항공 측 6명과 광고대행사 임직원 8명 등 모두 14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 정도 예정됐던 회의는 15분 만에 끝났다.

경찰조사에서 대행사 직원들은 "모이자마자 조 전무가 '자료를 그따위로 준비해왔냐'고 꾸짖더니 고성을 지르며 질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무는 갑자기 회의실 탁자 위 물건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조 전무는 유리컵과 종이컵은 물론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전화까지 잡히는 대로 던졌고, 이 가운데 종이컵에 든 음료에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대행사 직원 2명이 맞았다.

당초 "머리 얼굴에 안 뿌렸습니다. 밀쳤습니다."는 조 전무의 해명과 크게 다르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회의시작 5~6분 만에 화를 내며 복도로 나온 조 전무의 모습이 담긴 복도 CCTV 영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일단 진술대로라면 단순 폭행이 아닌, 모욕죄나 위계를 이용한 업무방해죄까지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러한 가운데 조 전무의 갑질이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학습결과라는 증언이 나왔다.

"문제는 공(公)과 사(私)를 구분 못하는 오너가(家)의 행태가 일상화돼 있다는 점이에요. 그 중심에는 `미세스 와이(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가 있고요."

전직 대한항공 임원 A씨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물 뿌리기 갑질`로 도마에 오른 것을 두고 조 전무의 모친인 `미세스 와이`의 행실을 어렸을 때부터 학습한 결과라고 18일 매일경제가 전직 대한항공 임원 A씨의 말을 인용, 이같이 전했다.

`미세스 와이`는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임직원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을 일컫는 이른바 `코드명`이다. 한진그룹 내 조양호 회장 코드명인 `DDY`에서 Y를 따고 그 앞에 결혼한 여성을 뜻하는 `미세스(Mrs.)`를 붙여 만들었다.

A씨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사적인 용무 해결에 한진그룹 직원들을 동원하는 것으로 그룹 내에서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집안일을 해결하기 위해 50·60대 회사 임원들을 주말에 수시로 호출하는가 하면 2005년께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가야 한다며 그룹 내 여행담당팀에 `일본 건축가를 테마로 한 맞춤형 여행코스`를 개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A씨는 "최근 세간에서 떠도는 잦은 폭언과 막말은 다반사였다"며 "회장 부인의 비서로 전락한 동료 중 자괴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표를 쓴 사람도 여럿"이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전직 한진그룹 임원 B씨는 이 이사장의 도 넘은 경영 간섭을 한진그룹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B씨는 "한번은 호텔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이 이사장이 호텔 담당 동료 임원의 정강이를 찼다는 말도 돌았는데 해당 임원이 `대화 도중 여사님이 갑자기 발을 들어 올렸고 그 발이 내 다리에 닿은 것뿐이지 맞은 것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고 회고했다.

이 이사장이 그룹 내 공식 직책과 그에 따른 권한이 없음에도 호텔 인테리어, 객실 서비스, 기내식 맛 등 경영 일선에 시도 때도 없이 관여한 것이 회사의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점을 B씨는 강조했다.

이 이사장이 사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다른 전직 대한항공 임원 C씨는 "미세스 와이의 해외 의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사람이 그룹 내 요직에 발령나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C씨는 과거 대한항공에서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동남아시아 지역 여행 도중 입맛이 떨어진 이 이사장이 함께 있던 대한항공 직원 D씨에게 "김밥을 구해오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데, D씨는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김밥을 어렵사리 구해왔다. D씨는 이 이사장의 마음에 들어 이후 줄곧 회사 내 요직으로 발령나며 승승장구했다는 에피소드다. D씨는 지금도 현직에 있다.

결국 갑질 역시 되물림됐다는 것이 임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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