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지난 13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부장검사들간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달 검찰 고위간부 인사처럼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적폐수사' 검사 챙기기는 이어졌다. 반면 영장 회수 논란 등 구설에 올랐던 간부들은 사실상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 

 이날 법무부는 검찰 중간간부에 해당하는 고검 검사급 556명과 일반검사 61명 등 총 617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적폐 수사'를 이어온 검사들은 요직에 해당하는 자리에 다수 유임됐다. 박찬호(52·사법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 한동훈(45·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과 함께 전직 대통령들의 재판 공소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3·4부장 등도 같은 자리에서 업무를 이어간다.

반면 사실상 좌천된 검사들도 있다. 지난해 '제주지검 영장회수 사건' 당사자였던 김한수(52·24기) 전주지검 차장은 서울고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김 차장은 당시 검사장의 영장 재검토 지시가 있었지만 결재가 끝난 것으로 착각한 직원이 영장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한 것을 확인하고 이를 회수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 2012년 국가정보원의 수사 은폐 사실을 폭로한 권은희 전 국민의당 의원을 기소한 김신(50·27기)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서울고검으로 배치됐다. 검찰은 무리한 상소를 막는 차원에서 1, 2심 무죄가 선고된 권 전 의원에 대해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은 바 있다.

노무현과의 대화'에 참여했던 검사 10명 중 유일하게 검찰에 남아있던 김병현(53·25기) 부산지검 동부지청장도 지난달 검사장 승진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채 서울고검으로 이동했다.

▲ 이노공 검사
‘여성 1호’ 바람… '여풍당당'

법무부가 이날 단행한 인사에서 여성검사들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 핵심 보직에 ‘1호’로 이름을 대거 올리는 등 ‘여풍’(女風)이 두드러졌다.‘적폐청산’ 수사를 이끈 주요 간부들도 유임되거나 핵심 보직으로 이동해 문재인 정부 기조가 반영됐다.

눈에 띄는 여성 검사의 핵심 보직 발탁은 이노공(49ㆍ사법연수원 26기) 부천지청 차장검사의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보임이다. 1982년 여성 검사 1호 탄생 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차장이 된 건 처음이다. 김윤선(42ㆍ33기)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가 법무부 검찰과 부부장에 임명된 점도 검찰 내 화제다. 법무ㆍ검찰 내 요직으로, 검찰 인사 실무를 맡는 이 자리에 여성 검사가 오른 것도 처음이다.

서인선(44ㆍ31기) 법무부 인권조사과장도 여성 검사 최초로 법무부 공안기획과장에 발탁됐다. 서 과장은 여성 첫 공안검사 출신(200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근무)으로 공안 업무에 밝다는 평이 있다. 김남순(45ㆍ30기) 대전지검 논산지청장의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이번에 통합) 산하 수사지원과장 보임도 대검 안에서 주목 받는 인사다. 반부패부 산하 과장 자리에 여성 검사 보임도 최초이기 때문이다.

▲ 임은정(왼쪽) 서지현 검사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끈 인물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45·연수원 33기) 통영지청 검사와 임은정(44·30기)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다. 이들은 이날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각각 부부장과 부장으로 각가 승진의 영광을 누렸다.

14일 서울신문과 법무부에 따르면 서 검사는 오는 19일부터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로 발령받는다. 성남지청은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씨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일선 검찰청 부부장검사직에 33기 검사들을 대거 보임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로 임명됐다.

서 검사는 지난 1월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2010년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2014년 4월 수원지검 여주지청 근무 당시 사무감사에서 부당하게 수십 건의 지적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서 검사의 폭로는 나비효과처럼 전국적인 미투 운동으로 발전해 정치계·문화계·스포츠계·종교계 등 각계각층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종교계에서도 한만삼 수원교구 신부의 성폭행 시도 폭로가 나오면서 세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수원교구는 한 신부를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현지 선교 중인 여성 신자에 대해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의혹으로 ‘정직’ 처분을 내렸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은 검찰 기소까지 이어져 재판을 받고 있다.

연수원 동기들보다 다소 뒤늦게 부장검사로 승진한 임 검사도 ‘이프로스’를 통해 직속상관과 검찰 출신 선배 변호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서 검사의 미투 운동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임 검사는 지난달 사표를 던진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임 검사의 피해 사실을 듣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 전 지검장은 서 검사 사건을 비롯해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진상규명하기 위해 발족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조사단장을 맡았다.

그러나 조사단은 ‘부실 수사’ 논란 속에 끝나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80여일간의 수사를 진행한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을 비롯해 7명의 전현직 검찰 관계자를 재판에 넘겼지만, 안 전 검사장에 대한 기소 결정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맡기고 결국 법원에서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는 등 ‘떠밀리기’식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 검사 측도 “수사 의지와 수사 능력, 공정성 등 3가지가 모두 결여된 ‘3무(無)’ 조사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