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2018년 여름의 주연은 프랑스다. 프랑스는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를 4-2로 꺾었다.

1998년 자국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는 20년 만에 두 번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필두로 킬리앙 음바페(파리생제르맹),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은골로 캉테(첼시) 등 프랑스월드컵을 보고 자란 선수들이 역사를 썼다.

20년 전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빈 디디에 데샹 감독은 사령탑으로 영광을 재현했다. 데샹 감독은 마리우 자갈루(브라질)와 프란츠 베켄바워(독일)에 이어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맛 본 세 번째 축구인이 됐다.

후반 20분 쐐기골을 터뜨린 만 19세207일의 음바페는 월드컵 결승 득점자 중 두 번째로 어린 선수로 기록됐다. 이 부문 1위는 17세249일로 1958년 스웨덴 대회 결승전을 지배한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다. 총 4골을 넣은 음바페는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크로아티아(2위)와 벨기에(3위)는 예상 밖 선전으로 세계 축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특히 크로아티아는 16강전을 시작으로 3연속 연장 승부를 모두 따내는 뒷심을 뽐냈다. 주장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는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로 공로를 인정 받았다. 벨기에는 경험을 갖춘 '황금 세대'를 앞세워 4강의 한 축을 장식했다.

그동안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던 이들이 치고 나오는 동안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등 전통의 강호들은 조기에 자취를 감췄다.

 
네이마르(브라질)로 대표되는 브라질은 에당 아자르(첼시)가 버틴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 1-2로 져 탈락했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우승 여부로 관심을 끈 아르헨티나는 16강에서 프랑스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래도 두 팀은 독일에 비하면 상황이 괜찮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힌 독일은 조별리그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한 독일은 스웨덴을 2-1로 잡고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대한민국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손흥민(토트넘)에게 연속골을 헌납, 쓸쓸히 짐을 쌌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이 4강에서 한꺼번에 사라진 것은 월드컵이 시작된 1930년 이후 처음이다. 앞선 20차례 대회 중 11번(브라질 5회·독일 4회·아르헨티나 2회)이나 우승컵을 주거니 받거니 한 이들은 나란히 러시아에서 수모를 겪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총 169골이 터졌다. 이중 43%에 이르는 73골은 세트피스에서 양산됐다. 세트피스 전술의 다변화와 맞물려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비디오 판독(VAR)이 빚어낸 진풍경이다. 0-0 무승부 경기는 프랑스와 덴마크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유일했다.

 
막내린 메시·호날두 천하, 음바페·루카쿠 '대세'

메시도, 호날두도 월드컵 무관의 한을 풀지는 못했다. 지난 10년 간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1·FC 바르셀로나)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는 발롱도르를 5회씩 나눠가지며 세계 축구를 지배해왔다.

두 선수에게 '축구의 신'이라는 수식이 붙을 정도로 축구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이러한 메시와 호날두도 이룩하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월드컵 우승이다.

메시와 호날두는 클럽에서 모든 것을 누렸지만, 둘 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들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 러시아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 축구 팬들의 이목이 호날두와 메시에게로 쏠린 이유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메시와 호날두는 자국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메시는 조별리그 아이슬란드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부진했다. 1골 2도움의 기록을 남기고 러시아를 떠났다.

그 사이 새로운 별들이 빛을 발하며 월드컵 무대에서 세대교체를 알렸다.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프랑스의 '무서운 10대' 킬리앙 음바페(1998년 12월20일생·파리 생제르맹)다. 일찌감치 클럽과 대표팀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음바페는 러시아 월드컵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멀티골을 뽑아내며 단숨에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음바페는 1958 스웨덴 대회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은 하이틴 선수가 됐다.

음바페와 함께 러시아 월드컵이 낳은 또 다른 신성은 로멜루 루카쿠(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루카쿠는 20대 중후반 선수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황금세대' 벨기에의 한 축이다.

 
스피드와 기술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루카쿠는 4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유망주였지만 이제는 에당 아자르(첼시), 케빈 데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등과 함께 벨기에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25·토트넘)도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스타로 떠오른 선수다. 케인은 6골로 월드컵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부트 수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음바페 4골, 역시 프랑스 대표인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3골에 그쳤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게리 리네커 이후 32년 만의 잉글랜드 출신 득점왕이다.

케인의 6골 중 절반인 3골이 페널티 킥이었다. 나머지 3골도 조별리그에서 튀니지, 파나마 같은 약팀들을 상대로 넣었다는 점에서 '영양가 낮은 득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케인이 잉글랜드의 미래를 책임질 스타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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