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상사 폭행, 막말, 조직적인 왕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50대 경찰관의 자필 유서가 20일 유족에 의해 공개됐다.

숨진 수원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55) 경위의 아내는 이날 A4용지 4쪽 분량의 자필 유서를 공개했다.

고인은 유서에서 생전에 자신의 폭행과 관련한 감사 진행 상황과 이 과정에서의 심적인 괴로움을 토로했다.

고인은 "너무 억울합니다. B(팀장·경위)는 언젠가부터 나를 장난감처럼 대하며 폭행·막말을 했는데 나는 너무 실망과 배신을 당하였다"고 적었다.

글은 고인이 상사인 B 팀장의 폭언과 폭행 사실을 청문감사관실에 알렸고, 조사 과정에서 당사자와 주변의 설득으로 이를 철회했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고인은 "그 후 B와 후배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왕따를 하고 다른 직원들은 저를 따르는데 너무 힘들었다"라고 썼다.

또 "부청무관(부청문관의 오기)에게 카톡도 보내고 전화통화 하면서 회유해서 처벌을 하지 않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해도 부청무관이 전혀 응하지 않아 수원지검에 B와 (동료)C를 고소했다. B는 폭행, 명예훼손, C는 카톡으로 미꾸라지 등으로 나를 비유한 것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했다. 이어 "경찰청 인권센타(인권센터의 오기)에도 모든 사실을 알렸다"고도 했다.

경찰서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서장이 피해자인 나를) 인사조처했다. 정든 지구대 직원들과 헤어질 때 너무도 괴로웠다. 특히 친한 동료들과 헤어짐은 충격이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사람은 서장"이라고 주장했다.

유서는 고인이 생전에 홀로 살던 수원시 구운동 다세대주택에서 발견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내용 파악 뒤 곧바로 유족에게 유서를 전달했다. 경찰은 유족이 고인의 글씨체가 맞다고 확인해 별도의 필적감정은 의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인의 아내는 "아무도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아 남편이 자살을 최후의 방법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B 팀장이 반성하고 사과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사람이 처벌받는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지는 않지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어 "유서에 나와 있듯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고인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 경위는 이달 17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 거주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옆에는 불을 지핀 흔적의 번개탄이 있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고인의 아내는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자 동료에게 연락해 집에 찾아가 볼 것을 부탁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돌아가신 분이 B팀장과 C경위를 고소했기 때문에 수사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청문감사 결과 징계할 사안이 아니어서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해 인사발령을 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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