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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30개 화분'으로 돌아온 쌍용차 '죽은 者'

기사승인 2018.09.15  08: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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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 지도부와 시민단체 참가자 등이 희생자 노조원을 추모하고 있다.
[이미영 기자]9년 넘게 끌어온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내년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한1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인 쌍용자동차 노조원들과 노동계 인사들의 손에는 30명의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30개의 작은 화분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화분과 합의문을 함께 분향소에 올렸다. 9년 만에 이뤄진 노사 합의에 투쟁 당사자들은 기쁘면서도 얼떨떨한 표정이 역역했다. 희생자들을 떠올릴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목소리가 떨렸다.

이날 오전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대전제로 합의안에 사인했다"며 "최고의 합의는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쌍용차노조는 지난 7월3일부터 대한문 앞에 복직을 기다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주중 조합원 등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를 기리는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부장은 "국가가 폭력을 저지른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의 사과가 없고 2009년 노조를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걸린 손배 가압류도 고스란히 남아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도 진실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합원 동지들과 합의안에 대해 논의하며 공장으로 돌아가도 사회적 약자들에 마음과 몸을 보태며 살아가자는 얘기를 했다"며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외롭게 투쟁하는 제2, 제3의 쌍용차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이들이 일상과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사측의 정리해고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채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이들의 연대사가 이어졌다.

이인근 금속노조 콜트콜텍 지회장은 "쌍용차 노조원들은 30명의 동료와 그 가족들을 가슴 속에 묻었다. 이번 합의가 소나기 피해가듯 하는 합의가 아닌 진심이길 바란다"며 "더 이상 정리해고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은 "사용주가 법과 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을 마음껏 착취할 수 있다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이라며 "잘못된 것을 바꿔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박준호·홍기탁 동지가 지금도 75m 높이 굴뚝 위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가 쌍용차 사태를 교훈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무분별한 해외 매각과 기술 유출, 그 과정에서 벌어진 회계 조작, 노조탄압공작,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등이 압축적으로 나타난 문제"라며 "비단 쌍용차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끔찍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1월9일 쌍용차의 대주주였던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2646명을 정리해고하기로 결정한 것이 쌍용차 사태의 시작이었다.

조합원들은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같은 해 5월 21일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노사가 대화와 협상을 거듭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부도 직전 상황에서 법정관리까지 신청한 사측으로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지만 생계가 걸린 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하며 총파업으로 맞섰다. 노사 대립은 공권력 투입으로 외형상 일단락됐지만 사회적 파장과 상처는 깊었다.

시민사회단체가 가세해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규탄하는 시위와 집회가 이어졌고, 쫓겨난 노동자들은 생계의 어려움 등을 견디지 못해 30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제 쌍용차는 노사 합의라는 중요한 결실을 얻었지만 쌍용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다. 평택공장 파업 진압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경찰은 최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조사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소송 취하를 하지 않고 있다.

정리해고자들이 승소했던 해고무효 소송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법원 판결로 뒤집히는 과정에서 재판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이미영 기자 leemy0000@naver.com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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