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대화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20일 백두산 정상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의 담소에서는 리설주 여사의 재치 있는 말들이 눈길을 끌었다.

리설주 여사는 김 위원장이 천지를 바라보다가 옆에 있는 보장성원에게 "천지 수심 깊이가 얼마나 되나?"라고 묻자 곧바로 "325m"라고 순발력 있게 답하며 말을 이어갔다.

리 여사는 "백두산에 전설이 많다.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또 문 대통령이 전날 평양 시민들 앞에서 한 연설을 거론하자 "연설 정말 감동 깊게 들었다"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리 여사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내외에게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라며 자랑하자 "7∼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라고 거들었다.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때 한라산을 방문하는 것이 어떠냐는 얘기가 나오자 리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김정숙 여사는 "한라산 물을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선 백두산 등반에 여론의 관심이 크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백두산'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민들은 "우리도 북한을 통해 백두산에 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을 통해 백두산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직장인 박남훈(39)씨는 "대통령이 북한 방향으로 백두산에 올랐다고 하니 너무 신기했고 좋았다"라며 "나도 언젠가는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이런 왕래가 더 잦아져서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김지은(27·여)씨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일어나니까 합성 같다. 남북 정상이 함께 웃고 있는 장면 자체가 잘 믿기지 않는다"라며 "이런 좋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나도 백두산 가고 금강산도 꼭 가보고 싶다"라고 희망했다.

여중생 이예영(15)양은 "문 대통령이 이번에 백두산 천지를 가는 것을 보니 나도 가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든다. 평양냉면도 현지에서 먹어봤으면 좋겠다"라며 "같은 말을 쓰고 비슷한 외모를 가진 동포인데, 빨리 통일이 됐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임준석(32)씨는 "백두산 등반이라니 잘 믿기지가 않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에 오면 어디를 갈지 궁금하다"라며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더라도 서로 왕래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백두산 등반과 관련해 "나도 가보고 싶다"라는 취지의 글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북한과 항공이 개방되면 당일치기 관광도 가능한 거리 아닌가" "아침에 삼지연에 가서 백두산 정상에 갔다가 비행기 타고 평양에서 냉면 먹고, 야간기차로 서울로 오는 날이 올수도 있겠다" "인천이나 김포에서 1시간이면 백두산 앞 공항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등의 게시물을 남겼다.

또 "5년 뒤에 삼지연 공항 통해서 백두산에 갈 수 있는 건가" "내년에 금강산, 2년 뒤 개성, 3년 뒤 평양, 4년 뒤 삼지연식으로 여행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 "죽기 전에 백두산 천지, 개마고원 트래킹을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기대들이 등장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백두산을 나중에 모두 찾아올 수 있을까" "통일 이후에 백두산 국경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면서 백두산 일부가 중국에 속한 것이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백두산 천지로 향하는 길은 모두 4개인데, 이 가운데 3개가 중국 측 지역에 속해있다고 한다.

허모(66)씨는 "백두산 일부가 중국 것인데, 통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게 되면 걱정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영토 문제를 걸고넘어질 것 아닌가"라면서도 "일단은 남북 관계가 잘 풀리는 것이 우선이다. 문 대통령이 산 타는 것을 좋아하더니 큰일 한 것 같다"라고 했다.

남북 정상은 평양에서 전날 3차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오전 8시20분께 양강도 삼지연군에 있는 삼지연 공항에서 백두산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일행은 삼지연 공항에서 차량을 이용해 장군봉에 도착한 뒤 오전 10시10분께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 10시20분 백두산 천지에 도착해 산책했다. 백두산 정상은 천지가 보일 정도로 화창한 날씨를 보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등반 이후 삼지연 공항에서 항공편으로 서울로 돌아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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