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가 다소 지연되는 분위기다. 당초 미국 중간선거(11월)를 전후해 열릴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이후 북미 간 물밑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내년 초 정도로 개최시기가 조율되는 듯하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종전선언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긴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네바다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관련 유세에서 2차 북미회담 시기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나섰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회담은 내년 1월 1일 이후에 열릴 것 같다'고 언급함에 따라 미 행정부 내에서 2차 정상회담 시기를 내년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1월8일)을 감안하면 그 이전인 1월 초께 열릴 수도 있다.

앞서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팽팽한 기싸움으로 동력을 잃었던 북미 대화는 9·19 평양공동선언과 한미 정상회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속도를 내게 됐다. 북미 양측이 이른 시기 개최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미 중간선거 이전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조만간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혀 이르면 10월 개최 또는 중간선거 전후 가능성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성과가 담보되지 않는 2차 정상회담을 선거카드로 활용할 계기가 사라지면서 미국 정부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시간을 갖고 제재 강화 등 북한을 충분히 압박해 확실한 비핵화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조금 서두르지 않는 듯한 느낌"이라며 "전술적으로 북한이 서두르면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북미가 비핵화 실무협상 일정을 좀처럼 확정하지 못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일정도 자연스럽게 지연되고 있다.

▲ 8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면담 장면을 공개했다
실제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4차 방북 당시 북미간 실무협상단을 구성, 비핵화 방법을 구체화하고 북미정상회담을 빠른 시일 내 개최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실무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여전히 북한의 핵 리스트 제출 등 실질적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에 대해 북미가 여전히 샅바싸움을 벌이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현재로선 일정도 촉박하고 북미간 대화 진행이 잘 되지 않고 있어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올해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협상이 고비에 직면해있다. 북미가 제일 중요한 협상대상인 검증문제를 두고 서로 양보하지 않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게 잘 극복되면 협상이 향후에도 잘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는 폼페이오 장관이 꺼내든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9일 멕시코 방문 중 '열흘쯤 뒤' 북한 측 카운터파트의 고위급 회담이 열리기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위급 회담 결과에 따라 정상회담 시기도 구체화 될 것을 보인다.

향후 북한의 협상 태도도 2차 정상회담 시기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0년 달성을 목표로 한 경제 개발계획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제재 완화의 물꼬를 터야하는 북한으로서도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늦어지면 경제구상도 늦어져 아쉬운 상황이다.

김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언제 이뤄진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내달 미 중간선거 결과와 얼마 만큼 현 구도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정상회담 개최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감안하면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 역시 중간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있는 만큼 양측이 물밑 채널 등을 통해 대화를 급진전시킬 경우 조기에 '깜짝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22일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늦어지면 김정은 위원장의 방한도 늦어질 수 있냐'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이후로 넘어가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예정대로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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