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석씨(91)와 양영애씨(83·여) 내외가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에서 평생 과일 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 400억원을 기부하고 있다.
[신소희 기자]노부부가 평생 과일 장사로 모은 400억대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려대는 25일 김영석(91)씨와 양영애(83·여)씨가 시가 200억원 상당의 서울 청량리 소재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이후 200억원 상당의 토지 6필지와 건물 4동을 추가로 기부할 계획이다.

강원도 평강군 남면이 고향인 실향민 김씨는 15살에 부모를 여의었다. 17살에 월남 후 머슴살이 등을 하다 6·25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부인인 양씨는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했고 23살에 결혼했다.

식모살이와 식당일을 하다 과일장사를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에서 리어카로 과일 노점 장사를 했고 몇 년 후 점포를 차렸다.
  
이들은 다른 가게보다 더 좋은 과일을 받기 위해 자정에 과일을 구매했고 입소문을 타고 개점 후 3~4시간이면 과일이 동이나는 가게를 꾸렸다.

당시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과일을 납품받는 트럭이 있는 청량리에서 가게가 있는 종로 5가까지 1시간 거리를 매일 걸었다. 통행금지가 있었기 때문에 걸어서 시장에 가다가 파출소 순경에게 통행금지 위반으로 잡히기도 했다. 과일장사 뒤에는 늦은 밤까지 다른 식당의 일을 해주면서 식사를 해결했다.

그렇게 30년동안 과일장사를 하면서 모은 돈을 종자돈으로 은행 대출을 얻어 청량리에 상가건물을 매입한 것이 1976년도. 빌린 돈을 갚아나가면서 주변 건물 몇 채를 더 매입했다. 원리금을 갚기 위해 여행도 못 갔고 생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지만 건물 입주업체들에게는 임대료를 가급적 올리지 않아 오랜기간 장사할 수 있도록 했다.

슬하 두 아들이 오래 전 미국에 이민갔기에 모은 재산을 물려주기보다 좋은 곳에 쓰고 싶었다고 부부는 전했다.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기부식에 휠체어를 탄 김씨와 함께 참석한 양씨는 "나같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기부한 재산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힘이 되고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소중하게 잘 사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평생 동안 땀 흘리고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기부한 두 분의 고귀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기부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학교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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