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손흥민은 진정한 프로다. 그가 왜 아시아 최고의 선수인지 알 수 있다”

중국 베이징데일리의 장양 기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풀타임 상대하고 3일 만에 아시안컵에 출전한 손흥민의 강철 체력에 놀라움을 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16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9 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은 지난 14일 대회가 열리는 UAE에 입성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90분 혈투를 치른 직후 비행기에 올라 6시간 가량을 날아왔다.

입국 당일 실내에서 회복 훈련을 실시한 손흥민은 중국 전 하루 전인 15일에야 첫 팀 훈련을 소화했다.

이런 이유로 손흥민은 중국전에 교체로 등장하거나 휴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40여일 동안 토트넘에서 13경기나 뛰어 체력적으로 완벽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같은 예상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손흥민은 경기 전 공개된 선발 명단에 보란 듯이 이름을 올렸다. “최종 훈련을 지켜본 뒤 손흥민의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던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처음부터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을 맡았다. 1·2차전에서 주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섰던 자리다.

손흥민이 본격적인 지휘를 맡으면서 한국의 공격은 앞선 두 경기에 비해 훨씬 원활하게 전개됐다. 공격이 필요할 때와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때를 고려해 속도를 조절했다.

손흥민은 전반 14분 선제골에 직접 관여했다. 김문환(부산)의 땅볼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 2명과 경합을 벌였다.

손흥민이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며 수비에서 벗어나려 하자 다급해진 수비수 스커(상하이 상강)가 발을 갖다 대 넘어뜨렸다. 해당 장면을 바로 앞에서 지켜봤던 주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골을 넣으면서 한국이 리드를 잡았다. 키커로 나서진 않았으나 손흥민의 개인기가 만들어낸 골과 다름없었다. 

선제골로 한결 부담을 던 손흥민은 더욱 날선 패스들로 공격진을 도왔다. 특히 황의조와의 호흡이 위협적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23분 턴 동작으로 공간을 만든 뒤, 황의조에게 패스를 건넸다. 황의조의 절묘한 감아차기는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골대를 때려 위협적이었다.

전담 키커로서의 역할도 부족함이 없었다. 후반 6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김민재(전북)의 헤딩골을 이끌어냈다. 사전에 약속된 플레이가 제대로 통했다.

손흥민은 89분이나 뛴 뒤에야 벤치로 물러났다. 충분히 제 몫 이상을 해낸 뒤였다. 관중석에 자리한 한국팬들은 모든 힘을 쏟아낸 손흥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편 이날 한국에 패한 중국은 조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중국은 이날 비기기만 해도 조 1위가 될 수 있었지만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중국은 16강에서 태국과 8강 진출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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