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 TV 토론회
[김민호 기자]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기호순)가 19일 2차 TV토론회에서 서로 약점을 꼬집으며 인신공격까지 더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그간 탄핵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황교안 후보는 이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며 '찬성' 입장인 오세훈 후보의 공격 대상이 됐다. 김진태 후보의 경우 탈당 경력이 있는 오 후보를 두고 '배신자'라고 지목했으며, 오 후보는 '지만원'으로 김 후보를 겨냥해 서로 물고 뜯기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19일 TV조선이 생중계한 2·27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3차 방송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라는 질문에 황교안 후보는 X, 오세훈 후보는 O, 김진태 후보는 X를 제시했다.

그동안 '박근혜 극복론'을 제시한 오 후보와 '탄핵 반대'를 외친 김 후보에게는 예상된 답변이었다. 반면 탄핵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황 후보로서는 명확한 입장을 처음 제시한 셈이 됐다.

황 후보는 "헌법 재판이 이뤄지기 전에 동시에 법원에서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었고, 이 중에 헌재 결정이 있었다"며 "객관적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해 쉽사리 탄핵된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헌재 결정은 사법 재판 종료 뒤로 미뤄졌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사실상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과 파면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황 후보의 발언에 오 후보는 즉각 반응했다. 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 표명했지만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은 탄핵 인정을 두고 과거지향적으로 흐를 것"이라며 "황 후보가 대표가 되면 우리당은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당이 된다"라고 직격했다.

오 후보는 또 "황 후보는 오늘 발언의 중대성을 아직까지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상식적인 국민은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황 후보는 "탄핵은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 인정하지만, 미래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황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이 이뤄지기 전에 동시에 법원에서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절차적 문제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객관적인 진실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정치적 책임성을 묻는다고 해서 탄핵결정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황 후보께서 우리 당의 대표가 되면 우리 당은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당이 된다. 그렇게 되면 정부여당은 '이번 총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 것을 평가하자, 심판하자,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그런 세력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판단이 필요하다' 이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데 과연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황 후보는 탄핵 불복 논란이 일수 있다는 지적에 "기본적으로 탄핵의 정당성에 대해서 말씀을 드린 것이 아니다"라며 "저는 기본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된다는 입장"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오 후보는 탄핵 당시 탈당 이력과 배박(背朴·박근혜 배신) 논란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한 채 정면 돌파했다.

그는 "정치는 국민을 바라보고 하는 것이지, 특정보수나 특정 대통령을 위해서 혹은 그분의 입장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도 박근혜 대표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 제 유세현장에 오셨다가 커터 칼도 맞으셨고 제가 시장 초임 때 규정을 해석해주시면서 출마할 수 있도록 해 주신 덕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개인적인 도움을 주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토론회에서는 '5·18 지만원 논란'도 다시 떠올랐다. '5·18 망언' 파문의 당사자이기도 한 김 후보는 극우인사로 유명한 지만원씨와의 관계를 두고 집중 공세에 시달렸다. 이날 김 후보는 당의 우경화 논란을 의식한 듯 종전에 비해 지만원씨와 다소 거리를 뒀다.

오 후보는 "지만원씨는 굉장히 극우적인 판단을 하고 계시는 분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아주 저주에 가까운 이런 입장을 갖고 있는 분이신데 김진태 후보가 '지만원씨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깜짝 놀랐다"며 "제가 자료를 보니깐 지만원씨는 김 후보에게 앞으로 히틀러 같은 정치인이 되라고 덕담을 해주고, 김 후보는 그분께 존경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런 것까지 다 살펴보면서 의정활동 할 새 없다"며 "공청회 문제도 지 박사의 주장을 그대로 다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진상규명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지만원씨와의 관계 설정을 묻는 질문에 김 후보는 "특별히 재설정할 필요까지 없는 관계"라며 "제가 지만원 박사님과 입장을 같이 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청회는 제가 참석한 것도 아니고 지만원씨는 해당되는 사안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를 하신 것으로 제가 알고 있다"며 "지금 아무리 토론회라고 하더라도 그 분의 이미지를 후보에게 덧씌우려고 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따졌다.

오 후보가 지난 대선 때 대한애국당 조원진 후보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사실도 들춰내자, 김 후보는 "제가 조원진 후보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건 맞지만 상대방이 한 달 전에 저한테 후원을 해주셨다"며 "우리 당의 경선에서 탈락했고 새로 당을 만들어서 나가신 분이 고군분투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그 때 받았던 것을 다시 후원해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토론회 공통질문 가운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질문에 황교안 후보만 찬성했다.

황 후보는 "바른미래당이 내거는 가치가 헌법가치에 부합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며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충분히 가치공유가 돼서 헌법적 가치, 자유민주질서, 시장경제라는 그런 헌법가치를 같이 한다면 서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양당 간의 합당도 가능하고 개별입당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오 후보는 "통합을 할 수 있으면 해야 되고, 또 일부 오신다고 그러면 받아야 되겠지만 꼭 (통합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 후보 역시 "이미 그쪽 분들도 지금 당 대 당 통합은 할 수 없다는 게 증명이 됐다. 우리만 괜히 짝사랑할 필요가 없다"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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