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심일보 대기자] “저를 위해 기도해 달라. 필요하면 행동도 같이 모아 달라. 이 기회에 좌파정부 폭정을 막자. 목사님들께서 1천만 크리스천과 함께 뜻을 모아 달라”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 기독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방문해 한 말이다.

이에 대해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은 “‘나라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말들이 서슴없이 나오는 위기적 상황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셨다”며 “앞으로 이 행진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돼 주셨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갖고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 대표회장은 “황 대표의 첫 고비가 내년 4월 총선이다.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확보) 하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2의 건국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며 “200석을 (얻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회장은 이날 일정 말미에 ‘자유한국당 총선 200석 확보’를 염원하는 축복기도도 제안했다.

이에 대해 22일 한겨레는 "보수 단체를 등에 업고자 동분서주하는 한국당 황교안 전도사(?)와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설치는 보수기독교단체 한기총의 행태는 기독교인이요 목사인 나를 참으로 당황스럽게 한다. 게다가 기독교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그들의 행태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교인들의 맹신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낀다. 신앙의 양심에 따라 살고자 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지칭하는 '개독교, 먹사'라는 비아냥거림에 도매급으로 넘어간다. 맘몬이라는 우상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진리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은 현실 속에서 조롱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이 믿는 하나님은 하나님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의 종교적인 편향성과 행보를 멈추어야 한다. 작금의 행태가 얼마나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고, 진심으로 하나님을 믿고자 하는 이들에게 자괴감을 주는 행동인지 생각하지도 못하면서 어찌 대권을 꿈꾸는가? 보수기독교단체와 목사들도 마찬가지다. 당신들의 행동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우상을 섬기는 행위에 불과함을 깨닫고 회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 목사와 황 대표의 만남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황 대표는 자유한국당 우경화를 이끌고 있다.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비난하는 등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목회자다. 말하자면 '위로부터의 우경화'와 '아래로부터의 우경화'를 주도하는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만난 셈이다.

▲ 시진=오마이뉴스 캡쳐
황교안 대표의 한기총 방문, 전광훈 목사의 정치색 짙은 덕담을 보는 세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일각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과거 발을을 들어 '현대판 바리세인'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황 대표는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장을 맡고 있을 2007년 10월 21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하느님 편에서 보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요즘 한나라당에서는 경선후보들 사이에 검증공방이 한창이고, 그 과정에서 소위 네거티브 전술도 종종 등장하여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유력한 경선후보 중의 한 분(MB)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선 경쟁은 몹시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세상 사람들이 크리스천이 왜 그런 모습을 보이느냐고 질책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썼다.

황 대표는 최태민과 박근혜 후보 간 문제를 이명박 후보가 거론하자 발끈하며 박근혜 후보를 거들고 나선 모양새였다. 게다가 황  대표는 선거법을 가장 잘 아는 공안검사 출신이었음에도 이런 글도 남겼다.

황 대표는 “크리스천이라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매사를 하나님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법률적으로는 어떻고, 정치적으로는 어떻고, 윤리적으로는 어떻고, 사리상은 어떻고, 심지어는 교리적으로는 어떻고 여부를 떠나, 정말 철저히 떠나, 과연 하나님은 내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시는가를 나의 입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장에서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명박 후보를 비난하면서 “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당장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적 이해관계의 다급함 때문에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종교적인 입장으로 결론을 맺었다.

지금 제1 야당의 수장인 황 대표는 정치가 아닌 기도로 의석을 늘리고, 선이 악을 끝내 물리쳐 승리할 것이라는 이분법적 믿음에 빠져있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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