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일구데이'(일자리 구하는 날)라는 이름의 채용박람회가 3년째 맞는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청 4층 대강당에서 열린 강남·서초·송파·강동구 주최 채용박람회에 500명이 넘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들 대부분은 '5060' 세대, 노동시장과 지역사회에서 "소외됐다" "불안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말년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한정란 한서대 보건학부 교수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들은 자신의 노후 준비는 못한 채 장성한 자녀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일자리 대책이 시급하다"며 "이들의 직업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육체적인 돌봄을 넘어 정신적 측면까지 고려한 생활 밀착형 복지 서비스를 늘려 노인들의 사회활동을 늘리고 경제적인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지난 22일 발표한 '2018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 전체가 느끼는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 중 6.1점으로 1년 전(6.0점)보다 0.1점 올랐다. '행복감' 역시 6.6점으로 전년(6.5점)보다 개선됐다. 같은 기간 '걱정(근심)'은 3.9점에서 3.7점으로, '우울감'은 3.2점에서 2.9점으로 낮아져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연령대별로 인식 차이가 존재했다. 삶에 대한 만족도를 보면 30대(6.2점)와 40대(6.2점)가 가장 높았고 그 뒤를 19~29세(6.1점), 50대(6.1점)가 이었다. 60대의 만족도는 5.9점에 그쳤다. 행복감 지표에선 19세~40대에서 모두 6.7점으로 높았지만, 역시 50대(6.6점)와 60대(6.5점)에서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우울감의 경우 50대와 60대에서 모두 3.0점을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30대에서 우울감이 2.8점으로 가장 낮았고, 19~29세와 40대에선 2.9점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가족관계, 학교생활, 건강평가, 근로·생활 여건, 소득, 소비생활, 체감 환경, 사회안전 인식, 여가활용 만족도 등 생활 전반 분야에서 '소득'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2017년 기준 우리 국민의 소득 만족도는 13.3%로 나타났고 소비생활에 대한 만족도 역시 15.4%로 낮은 편에 속했다. 만족도가 50%를 넘는 가족관계(56.6%), 학교생활(58.0%) 등과 대비된다.

소득과 소비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세 이상 인구가 청년, 중·장년 인구보다 낮았다. 60세 이상 국민의 소득 만족도는 9.2%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50대(13.2%)가 그 뒤를 이었다. 소비생활에 대한 만족도 역시 60세 이상이 10.7%로 최하였고 두 번째로 낮은 연령대는 역시 50대(14.1%)였다.

24일 뉴시스는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 "노인 빈곤으로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노동 시장에서 탈퇴하는 시기는 67~68세로 높은 편이지만, 전일제 근무가 아닌 파트타임(part-time),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인들이 노동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노후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못해 경제적인 불안감이 상존한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50대의 경우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나는 등 가족 해체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라며 "사회적 고립으로 우울감이 더욱 높아지는데, 정신 질환의 경우 편견이 여전해 신체 질환과 같이 검진이나 약 복용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의 28.6%로 그 비중이 가장 높다. 1인 가구를 제외한 가구원수별 가구 분포를 보면 2인 가구(26.7%), 3인 가구(21.2%), 4인 가구(17.7%), 5인 가구(4.5%), 6인 이상 가구(1.3%) 순이다.

한국은 지난 2000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었다. 이후 17년 만인 2017년에 이 비율이 14%를 넘기면서 고령 사회에 들어섰다. (통계마다 기준 시점이 달라 진입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전체 인구를 한 줄로 늘어놨을 때 정가운데에 위치한 연령을 뜻하는 '중위연령' 역시 지난해 42.6세로 관련 통계가 존재하는 2000년 이후 매년 높아져 왔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73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한다. 0~1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로 계산되는 '노령화지수'는 역대 최고치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에서 고령 인구 비율이 21.8%로 가장 높다. 이외에 경북(19.1%), 전북(19.0%), 강원(18.2%) 등 순으로 높았다.

허 교수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문화센터 등을 통한 자발적인 사회 참여가 가능할테지만, 빈곤한 노인들은 지역사회에서의 역할마저 잃어가고 있다"며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측면에 대한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를 지역사회에 마련해 어르신들이 당면하고 있는 심리·사회·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비정부기구(NGO)를 많이 육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1979년부터 매년 작성돼 온 위 통계는 통계청과 각 통계 작성기관에서 만든 통계를 재분류하고 가공한 것이다. 인구, 건강, 가구·가족, 교육, 노동, 소득·소비, 주거·교통, 환경, 안전, 문화·여가, 사회통합 등 11개 영역을 통해 현재의 사회상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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