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
[김민호 기자]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우리 사회 일각의 ‘5·18 부정’ 행태를 작심 비판했다. 이어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럽다”고도 했다.

‘사회 일각’이라고 표현했지만 자유한국당을 향한 작심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는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5·18 망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 2월 한국당 의원들의 망언이 불거졌을 때 한 발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화의 역사와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2월18일 수석보좌관회의)이라고 말했다. 5·18은 보수와 진보, 영·호남의 지역을 초월해 우리 국민의 공통된 출발점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결국 이같이 문 대통령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것은 한국당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스스로 '촛불 정부'라 칭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황 대표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데다 황 대표가 계속 '좌파독재' 운운하며 철 지난 색깔론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대치 국면을 풀 수는 없다는 속내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 안팎에서 소통과 협치에 대한 건의가 있었음에도 문 대통령이 지난 2 년간 정책 기조를 고수하며 야당만 윽박지르는 입장을 내놓은 데에는 지난 2 년의 정책 실패 지적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고집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야당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집권 3 년차에 접어들며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그간 국정을 이끌어 온 자신의 경험을 더 중시하게 된다"며 "그러다 보면 인정할 수 없겠지만, 자만과 독선에 빠지는 집권 3 년차 증후군'을 겪게 되는데, 여기서는 역대 대통령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인 듯하다"고 말했다.

바로 임기 반환점이 가까워졌지만 별다른 국정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바심과 국회 등 정치권의 비협조로 전망도 밝지 않은 위기감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국정 운영에 최소한의 협조도 하지 않은 채 대화제안을 거부하며 막말과 비판을 퍼붓고 있는 데 대한 누적된 불만과 불신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한편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 18일 진행된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김정숙 여사가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일부러 악수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민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야말로 ‘과거사’에 매몰돼 있다”며 “반쪽짜리 대통령의 모습이지 통합의 메시지는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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