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 오는 30일 국내 상영을 앞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이 26일(한국시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따냈다. 한국 영화사에 또 다른 한획을 그은 쾌거다.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중 하나인 컨 영화제에서의 '황금종려상'은 본선 '경쟁 부문' 초정작 중 최고 작품에 수여하는 '대상'이다.

수상 직후 세계 주요 외신들은 봉 감독과 '기생충'을 집중 보도했다.

BBC는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기생충'은 사회 계층 간의 역학 관계를 탐구하는 블랙 코미디 스릴러"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미 '옥자'로 2017년에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옥자는 당시 넷플릭스 최초 상영작으로 논란을 낳았다. 올해는 넷플릭스 영화의 경쟁 부문 진출을 금지한 두 번째 해"라며 2년 전 시비도 언급했다.

가디언은 "봉준호는 두 번째 아시아인 황금종려상 수상자다. 첫 번째는 지난해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기생충'은 극중 주인공이 끄는 메르세데스 벤츠만큼 부드럽게 전개되는,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풍자적인 서스펜스 드라마 장르"라고 평했다. 

버라이어티는 "봉준호 감독은 미묘하고, 격론을 부를 (사회)정치적 영화인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인 이냐리투 감독은 '우리 모두는 이 영화가 우리를 다양한 장르로 데려가는 기대치 못한 방식, 재치있고 웃기고 부드럽게 우리에게 일러주는 방식의 신비로움을 공유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디와이어는 "봉준호의 블랙 코미디 '기생충'은 프리미어 상영회와 시상식의 밤을 광란의 파티로 만들었다. 시상식에서 황금종려상이 호명될 때, 관객들은 기립해서 환호했다. 심사위원장인 이냐리투는 황금종려상 결정이 '만장일치'였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은 부잣집에서 일을 구하는 가난한 가족 사기단을 다룬 사회 풍자극"이라고 썼다.

이들 미디어는 봉 감독이 2년 전 '옥자'의 논란을 밟고 일어서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한국인이 됐다며 높이 평가했다. 앞서 봉 감독은 2년 전 '옥자'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 초청됐지만, 넷플릭스 논란에 휩싸이며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기생충'은 192개국에 판매됐다. 역대 한국 영화 해외 판매기록 1위다.

 '만화광 소년'에서 세계 영화계 거장으로

▲ 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
경북 대구 출신인 봉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광인 그는 연세대 재학시절 학보 '연세춘추'에 만평을 연재헀다.

영화 촬영장에서 꼼꼼한 사전작업으로 유명하다. 스토리보드를 손수 작업하며, 영화 '괴물'의 스토리보드 일부는 작품으로 전시된 바 있다.

1993년 단편 '백색인'을 시작으로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 '지리멸렬' '인플루엔자'를 연출했다. 습작 시절부터 일찌감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은 1994년 벤쿠버와 홍콩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2000년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다. 신인감독답지 않은 치밀한 연출력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이 작품으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으로 스타감독의 반열에 올랐고 2006년 '괴물'로 천만 감독이 됐다.

자신 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CG)까지 보여줬다. '괴물'로 2006년 칸영화제 감독주간과 뉴욕영화제에 초청됐고, 2007년 아시안필름어워드 작품상, 시체스판타스틱영화제 오리엔털익스프레스상, 판타스포르토 감독상,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그랑프리 등을 수상했다.

2009년 저예산 영화 '마더'를 내놓았다. 김혜자(78)·원빈(42)이 주연했다. 방방곡곡을 다니며 최적의 장소를 카메라에 담고 공을 들였다.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린 아들 도준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세상과 싸우는 모정을 담은 작품이다. 광기 어린 모성을 다뤄 많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과 뉴욕영화제 메인프로그램에 초청됐다.

'설국열차'(2013)로 할리우드 진출을 꾀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에서 다룬 한국적 감성과 해학을 덜어냈다. 계급 사회, 빈부격차를 직접적으로 그려내며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옥자'(2017)로 글로벌 행보를 이어갔다.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자본주의 체제 속 동물과 인간의 관계, 그 안에서 충돌하는 각 이익 집단, 사랑하는 대상을 지키려는 미자와 옥자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도 자본주의 체제의 빈부격차를 다뤘다. 식구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두 가족의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간다는 내용이다. 송강호(50)·이선균(44)·조여정(38)·최우식(29)·박소담(28)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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