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상수 감독, 배우 김민희
[김승혜 기자] 배우 김민희씨(37)의 연인인 홍상수 영화감독(59)이 아내를 상대로 한 이혼 청구가 기각되면서, 이제 관심은 최태원(59) SK 회장과·노소영(58)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재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혼 소송을 맡은 서울가정법원은 다음달 2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에 대한 두 번째 변론기일을 갖는다. 지난해 7월6일 첫 재판이 열린 후 1년 만이다. 그동안 당사자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전화·면접 등으로 조사한 법원은 이날 법정에서 양측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일부에선 최 회장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앞으로 바뀌어, 승소가 불투명한 현재의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다만 대법원이 50년 넘게 이어온 이혼 청구에 대한 기존 판례를 뒤집는 건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말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고 고백하며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반면 노 관장은 그동안 "가정을 지키겠다"며 이혼할 뜻이 없는 것으로 매체 등을 통해 알려졌다. 

 최 회장은 당시 편지에서 "성격 차이 때문에,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 관장은 10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며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이어가던 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고, 수년 전 저와 그 사람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등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과 부부와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다"며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13년에도 이혼을 청구하는 소장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최 회장은 노 관장과 성격 차이로 결혼 초부터 갈등을 겪어왔으며 당시 소장에서 노 관장에게 결혼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최태원(59) SK 회장
15일 뉴스1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홍 감독에 대한 1심 판결로 유책주의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 만큼, 이와 유사한 구조인 최 회장의 이혼 청구 소송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최 회장 입장에선 기존 판례인 유책주의를 인정하되, 자신은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법원은 유책주의를 고수하지만, 일부 경우에 한해선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상대 배우자가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도, 오기나 보복적인 감정에서 표면상으로만 이혼을 거부하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배우자·자녀에게 배려가 이뤄진 경우, 세월이 너무 경과해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게 됐을 경우도 예외 사유에 해당된다.

다만 법원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줄지는 불투명하다. 양쪽 모두가 혼인 관계가 깨졌다고 인정해야 법원도 이혼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다. 어느 한 쪽이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을 한다면 혼인 파탄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지난 2015년 "가정을 지키겠다"며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 측 주장대로 혼인 관계가 실제로 파탄 상태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입증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법원은 정황만으로는 쉽게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 경향이 있다"며 "노 관장이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물증이 나온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에게 남은 또 다른 가능성은 기존의 유책주의 판례가 아예 바뀌는 것이다. 1심과 2심에선 기존 판례에 따라 패소해도 3심까지 갔을 경우, 모든 대법관이 모여 논의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유책주의 대신 파탄주의가 옳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파탄주의로 대법원 판례가 바뀐다면 이에 근거한 최 회장의 주장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이 이 문제를 가장 최근에 논의한 건 2015년이다. 당시 대법관 7명은 유책주의를, 6명은 파탄주의를 주장해 아슬아슬하게 기존의 유책주의가 인정됐다. 최 회장 입장에선 3심까지 가는데 걸리는 앞으로의 몇 년 동안 홍 감독 등 자신의 소송과 유사한 구조의 다른 소송이 전원합의체에서 파탄주의로 뒤집히는 걸 바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유책주의를 뒷받침하는 논리도 아직 탄탄한 만큼 앞으로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을 쫓아내는 수단으로 이혼을 악용하는 '축출 이혼'이 아직도 빈번한 게 현실이다. 특히 파탄주의를 채택한 선진국의 경우 이혼 여성에게 상당한 재산분할을 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그런 보호 장치가 없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한편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권양희)는 2017년 7월 20일 이부진(48)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50)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이혼 및 재산분할 등 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라"고 선고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