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내전의 시작인가?'

기사승인 2019.10.07  11:34:46

공유
default_news_ad1
   
▲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범국민시민연대)의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앞서 사전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영해 옥스포드대 교수가 최근 국내 상황을 지켜보며 쓴 '내전의 시작인가?'란 글입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적지 않아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음은 해당 글 전문입니다.

한국상황이 점점 악화일로에 있다. 국가 콘트롤 타워, 시민들, 그리고 사회 전체가 자제력을 잃고 있다. 내전의 시작처럼 보인다.

내전은 갈라선 두 집단간의 증오와 공포를 먹고 자란다. 박근혜 탄핵때만 해도 좌파와 우파, 촛불과 태극기는 탄핵이라는 객관적 이슈를 놓고 갈라졌었다. 지금은 다르다. 상대쪽 인간에 대한 증오로 갈라져 있다.

이슈를 대상으로 갈라지는 것과 인간에 대한 증오로 갈라지는 것은 그 과정과 결과가 천지 차이다. 영국사회도 브렉싯 방식을 놓고 둘로 심각하게 갈라져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슈에 대한 의견 차이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증오로 발전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때문에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지도 않는다. 영국이 부딪힌 문제는 한국만큼이나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문제다. 아니 더 심각하다. 결과적으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떨어져 나갈 수 있는 그야말로 국가 해체의 문제다. 하지만 그 갈등과 대립, 실망의 표출 등 모든 과정이 웨스터민스터에서 법과 관례, 절차와 협상의 테두리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분노하고 증오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님을 냉철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전의 가능성은 제로다.

한국에서는 수만, 수십만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십만이 모이는 길거리에서 의견이 표출되고 토의될 리 없다. 오직 분노의 감정만 표출될 수 있다. 그 결과는 언제나 항상 충돌이고 악화일로로 가게 되어 있다. 머지 않아 손에 죽창을 들고 싶어 할 것이다. 내전의 가능성은 아주 높다.

탄핵 이후 우파쪽에서의 증오는 거의 병적인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SNS에서 읽는 정부와 좌파를 향한 살의는 거의 정신병적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 좌파는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여기서 밀리면 우리는 다 죽는다”는 말이 최근 여기 저기서 들린다. 탄핵 이후 보수우파 정적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은 앞으로의 정치과정으로부터 타협과 협상의 여지를 없애버렸다. 전 우파정권에서 일했던 고위관료 대부분이 차가운 형무소에 가 있다. 좌파 지도층쪽에서 볼 때, 보수우파로부터의 보복가능성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달리는 자전거와 같이, 멈추는 쪽이 죽게 되어 있는 현재의 한국 정치상황. 조국의 임명을 이렇게도 상식을 어겨가면서까지 밀어붙이는 것, 삶은 소대가리라는 말까지 들으면서도 하나의 정치적 보험으로서 북한에 달라붙는 것, 창궐했던 우파 개천절 집회에 곧바로 서초동 맞불집회를 놓아 세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 힘 쓰는 것, 후안무치한 반상식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권좌에 붙어 있으려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밀리면 죽는다는 공포로부터 기인한다.

다행히, 거대한 핵보복 능력을 뒤에 두고 있는 미군은 아직도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 미국.일본 자본도 아직은 요동하지 않고 있다. 거대기업중심의 한국경제가 신음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굴러가고 있다. 일단 국가의 중심뼈대는 아직 쓰러지지 않고 서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곧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트럼프는 역대의 대통령과는 달리 틀을 넘어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일이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정계에는 주한미군을 빼는 대신, 북한핵을 폐기하거나 동결시키자는 소위 키신저 (Henry Kissinger)류의 타협안이 늘 망령처럼 떠돌고 있다. 아니면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포커스를 전격적으로 남한에서 북한으로 옮길 수도 있다. 인도, 파키스탄의 핵도 인정해 준 마당에 바로 코밑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만 있다면 동맹으로서 핵보유국 북한만큼 매력적인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어떻한 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한 딜의 댓가로 남한이 얼마나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한국의 국내상황은 이대로 가면 결국은 피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어떻게 청와대 민정수석 레벨에서까지 죽창 얘기가 나올 수 있겠는가? 이번 개천절 집회시위를 내란선동죄로 보겠다는 말이 괜히 나오겠는가? 평상시처럼 질서정연하게 줄 선 다음 선거에서 이겨서 정권을 찾아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이 오기 전 증오와 공포가 먼저 터질 수 있다.

좌쪽이나 우쪽이나 큰 지혜, 큰 정치로 사고의 패러다임을 깨지 않고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을 듯 하다.

나명현 mheona@hanmail.net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setImage2
ad28

최신기사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