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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명재권 판사와 영화 '더티 해리'...'이것이 법이다'

기사승인 2019.10.10  09: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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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돈 전달자는 구속, 돈 받은 조국 동생만 불구속, 무슨 이런 法이 있나'

조국 법무장관 동생 조권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후 한 언론의 사설의 제목이다. 조 장관 일가가 운영하는 사학재단 웅동학원의 교사 채용을 둘러싸고 돈 전달 심부름을 했던 종범 2명은 구속하고, 정작 2억원을 받은 주범인 조씨에 대한 영장은 기각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고  법원을 옹호한 반면, 야당은 영장 기각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이창수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오늘 기각 결정은 사법부의 수치로 기억될 것”이라며 “이제 대한민국에서 허리 디스크는 구속도 면하는 ‘절대 반지’가 된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이날 조씨의 영장 기각 사유를 두고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1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우선  “배임수재(채용 비리) 부분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다. 검찰 역시 반박 입장문에서 “(조씨가) 핵심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법원과 검찰이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셈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억대의 돈을 받아 채용 비리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라면 사안의 중대성이 매우 심각해 보인다”며 “돈을 전달한 종범들이 모두 구속됐는데 실질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람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씨의 건강 문제가 주요 기각 사유로 거론된 데 대해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조씨는 구속심사를 하루 앞두고 허리디스크 수술을 이유로 심문기일 변경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씨가 입원한 병원에 의사 출신 검사를 보내 건강상태를 점검한 뒤 조씨가 구속심사를 받는 데 무리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구속심사 당일인 8일 오전 구인영장을 집행했다.

서울로 올라온 조씨는 같은 날 오후 2시쯤 변호인을 통해 구속심사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명 부장판사는 피의자 출석 없이 서면 심사만으로 조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건강상의 이유가 구속 기각 사유에 적히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정농단 사건 당시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특혜 의혹을 받았던 김경숙 교수는 유방암 투병 중인데도 구속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기각과 관련, 명재권 판사는 왜 이런 결정을 내었는가

명재권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배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뤄졌으며, 피의자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점 등을 들었다.

2009년까지 검사 생활을 하다 그해 판사로 직을 옮겼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8월 영장전담 재판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명 판사는 지난 1월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전직 대법원장 구속은 처음이었다. 명 판사는 영장 심사 법정에서 피의자에게 많은 질문을 하지 않는 과묵한 성향이지만 영장 발부율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건에선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검찰이 '조국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 이모 대표, 코링크PE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인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두 사람이 주범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대표의 경우 해외 도피까지 했던 전력이 있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이 사건에서 청구된 6건의 구속영장 중 기각된 세 건이 모두 명 판사 담당 사건이었다. 한 변호사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명 판사가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영장 판단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모양을 보면 그런 의심이 강하게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 크린트 이스트우드
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10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혐의의 중대성, 핵심 혐의를 인정하고 영장심문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등 입증의 정도, 종범 2명이 이미 금품수수만으로 모두 구속된 점,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행한 점 등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구속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화 '더티 해리'의 칼라한 형사(크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범법자에게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사형(私刑) 징계를 내려 ‘더티 해리’라는 애칭이 부여된 형사 칼라한. 체포한 범법자는 자기 손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서민들의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권총 스위스 앤 웨슨 매그넘으로 상징되는 칼라한 형사의 활약상은 <더티 해리>(1971)로 출발점을 알린 뒤 <더티 해리 2 : 이것이 법이다>(1973), <더티 해리 3 : 집행자>(1976), <더티 해리 4 : 서든 임팩트>(1983), <더티 해리 5 : 추적자>(1988)까지 이어지는 장수 인기를 얻었다.
 

심일보 기자 jakysim@naver.com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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