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지난 19~20일 치러질 미래통합당 TK·PK 공천 면접을 앞두고 긴장감이 팽배했다. 당 안팎에서는 PK·TK 현역 의원들에게 이날 공천 컷오프(공천 배제) 관련 통보가 갔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왔다.

이날(18일) 의원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인위적인 물갈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지난 19일에 이어 20일 또 다시 TK 지역 면접심사 일정을 보류했다. 무한정 연기 방침이다. 이 지역에서 창궐하기 시작한 코로나19에 따른 조치라고 하지만, 더 깊은 속내에는 "자르기 전에 자발적으로 던지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20일 미래통합당의 핵심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네 번째로 김광림(3선‧경북 안동), 다섯 번째로 최교일(초선, 경북 영주‧문경‧예천) 의원이 각각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TK 지역 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은 정종섭(초선·대구 동구갑)·유승민(4선·대구 동구을) 의원에 이어 장춘석 의원(초선 구미을)에 이어서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의 입장은 아직 갈길이 멀다는 눈치다. 5명의 불출마선언 의원숫자는 TK 전체 20명의 현역 의원 중 25%에 불과하다. '현역의원 50% 이상 교체' 원칙을 적용하면 두 배 이상의 인원이 더 용퇴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출마자가 속출한 부산‧울산‧경남(PK) 지역과 상반된 결과다. PK에선 26명의 현역의원 중 10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렇다면 TK에서 누가 살아남을까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출신 중에선 소위 '거물급 의원'의 결단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대구의 경우 핵심 진박인 곽상도 의원이 1차 희생양이 될 전망인데, 곽 의원을 컷오프 하기보다는 그를 살리기 위한 '수도권 캐스팅 설'이 무게를 얻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 대표 저격수로 자리를 굳혀 차기 대선을 앞둔 곽 의원 중용설에 힘입어 공천권역에 돌입했지만 대표 진박의원으로 TK 혁신 공천을 위해선 양지 TK 공천은 불가하다는 이유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진박계 의원인 추경호 의원과 김상훈, 정태옥, 강효상 의원 등 4명은 확실한 생환자로 예상되고 있다. 추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역이라는 상징성과 지역 내 경쟁자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감점은 비켜날 전망이다.

김상훈, 정태옥 의원과 강효상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 타 경쟁자에 비해 월등한 성적이 기대된다. 그러나 강효상 의원은 전격적으로 대구 대신 서울 강북 험지 출마를 선언해 공관위의 물갈이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지역 민심을 안고 있는 곽대훈 의원의 경우 회생가능성도 높지만 공관위가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울 경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북의 확실한 생환자는 송언석 의원과 김정재 의원이며, 반면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김재원 의원의 경우 중진들의 컷오프를 위한 희생양으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TK 3선 이상 4명(김재원·강석호·김광림·주호영)의 중진 의원 중 절반이라도 살아남기 위해선 그의 공천 컷오프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탓인데, 정가 일각에선 친박계 2명과 비박계 2명 중 각 한명씩이 컷오프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밝혔다.

친박 초선 의원들인 이만희 의원과 구미지역의 백승주∙장석춘 의원, 경주지역의 김석기 의원 등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게 텃밭을 내준 후유증을 돌파할 지가 관심사이며, 외유 구설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최교일 경북도당 위원장도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공관위 내부에선 TK 물갈이를 혁신의 척도로 평가받으려는 분위기다. 20대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됐던 진박(眞朴) 공천 파동,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친박(親朴),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지역 등이 모두 TK 의원들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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