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해군 병원함 USNS 컴포트가 30일(현지시간) 뉴욕항에 정박하기 위해 맨해튼 하부를 통과하고 있다.
[김홍배 기자] “미국 전역의 전문 의료진에게 요청한다. 보건 위기 상태에 놓이지 않은 지역이라면, 지금 뉴욕으로 와서 우리를 도와달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지사는 30일(이하 현지시간) 해군 병원선 ‘컴포트’ 호가 예인되는 맨해튼 의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엄청난 손실과 고통, 그리고 눈물이 있다. 뉴욕주 전역의 모든 주민이 엄청난 비탄에 빠져있다”며 전문 의료진은 뉴욕으로 와달라고 이같이 호소했다.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만6천49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1천218명으로 하루 새 300명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뉴욕시의 사망자가 790명에 달했다. 뉴욕주 사망자 3명 중 2명이 뉴욕시에서 나온 셈이다.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간) 전문직 종사자 등 뉴욕 상류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가 퍼졌다. 이들이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통해 전달받은 내용은 '뉴욕 봉쇄'.

무엇보다 가짜뉴스는 ‘의료계 고위층의 친구에 따르면’ 또는 ‘마이크 블룸버그 전 시장의 딸 에마와 방금 점심을 먹은 사람에게 들은 정보에 따르면’ 등으로 시작돼 더 신빙성을 갖게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뉴욕 탈출’이 부자들만의 코로나19 치료법이라며 양극화된 미국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 기사를 내보냈다. 가짜뉴스가 좀더 부추긴 측면이 있지만 NYT에 따르면 도시 외부에 별장 등을 소유한 상위 1% 계층은 정보의 진위와 상관없이 뉴욕을 탈출 중이다. 이웃이 짐을 싣고 떠나는 모습을 목격한 한 여성은 “모두 햄프턴으로 떠나서 건물이 텅텅 비었다”고 말했다.

▲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존에프케네디(JFK) 국제공항에서 방호복 등을 입은 승객들이 항공기 탑승을 기다라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뉴욕을 사실상 봉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결국 반나절 만에 철회했지만 뉴욕 주민에 대한 이동 제한 조치가 잇따르면서 뉴욕 시민들의 갈등과 공포는 극에 달했다.

특히 뉴욕시 거주 부유층이 코로나19에 걸릴 걸 우려해 인근 지역에 제2의 집을 물색해 피신하고 있고 일부 억만장자는 바이러스를 피해 카리브해 섬으로 휴양을 떠난 듯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분노를 부채질했다.

30일(현지시간) 포브스는 "뉴욕시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몇 주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맞물려 제2의 집을 찾아 피신하는 뉴요커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속도로 검문소를 설치하는 등 이들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뉴욕주와 인접한 뉴저지·코네티컷주를 아우르는 이른바 ‘트라이-스테이트(tri-state)’엔 최근 여행경보가 발령됐다."라고 보도했다.

'잔인한 4월'을 하루 앞둔 뉴욕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황, 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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