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 재집권 후 약 7년 반 만에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 자국만의 독특한 모델을 보여줬다고 25일 자화자찬했다.

그가 이날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전면 해제 방침을 표명한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실정을 지적하는 질문이 이어졌으며 아베 총리는 여론의 불만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긴급사태를 선언해도 벌칙을 동반하는 강제적인 외출 규제 등을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일본만의 방식으로 불과 한 달 반 만에 이번 유행을 거의 수습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정말로 일본 모델의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사히(朝日)신문이 23∼24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7%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긍정적 평가 의견은 30%에 그쳤다.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시대착오적 검찰 장악 시도 등 일련의 헛발질 속에 아베 신조(얼굴)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2012년 12월 제2차 집권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지층의 이반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 브레인으로 내각 자문 역할을 담당했던 후지이 사토시 교토대 교수는 “정권이 장기화되면 부패 리스크가 높아지기 마련인데, 결국 최장수 집권 기록을 수립한 아베 정권이 그렇게 돼 버렸다”며 “지금 당장이라도 지도자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간지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도 동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내 ‘반아베’ 세력이 아닌 주류파에서조차 아베 총리를 공공연히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정권을 옹호해온 친정권 인사들의 이탈도 눈에 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25일 ‘아베 정권 지지율 급락…자민당 주류도 대놓고 총리 비판’이라는 기사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여당의 속사정을 자세히 전했다. 한 주류파 의원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문제보다는 아베 총리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앞서 정권 퇴진의 위기에까지 몰렸던) 모리토모·가케 학원 파문 때에는 국민 생활은 힘들지 않았으나 지금은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서 검찰청법 개정 등 문제가 생겨나 생활고에 지친 국민들의 불만 해소 통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다른 주류 중진의원도 “총리관저와 자민당 사이에 냉랭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대로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면 ‘아베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총리 곁에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역경’이 이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집권 자민당 일부 계파에서는 벌써부터 기시다 후미오 전 외상을 후임자로 점찍으며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베 총리의 임기가 내년 9월 만료되는 가운데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여당 자민당에선 누가 후임이 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우라 대표는 “기시다 전 외상 겸 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후임으로 유력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대중은 ‘반(反) 아베’ 성향의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을 가장 좋아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이와이 토모아키 일본대 정치학 교수는 "만약 마땅한 후계자가 있다면 아베 총리가 사퇴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못하다"며 "가능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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