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정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이미영 기자] LG화학 배터리 부문의 분사 소식에 알려지면서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극심해지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주주들은 분사를 악재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는 분 단위로 수십 개의 글이 올라왔다. "LG화학에서 배터리가 빠지면 반도체 빠진 삼성 아니냐"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했는데 방탄소년단이 타 소속사로 옮기는 격이다" 등이다. "주주를 무시하는 회사" "개미 투자자들만 손해 본다"는 주장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LG화학 물적 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를 막아달라"며 청와대에 올린 국민청원에는 이날 오후 현재 4천5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을 올린 주주는 "빅딜·전기차·배터리 관련주라고 생각해서 이 회사에 투자했는데 분사하게 되면 우리가 투자한 이유와 전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되고 이로 인한 손해는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적 분할을 취소하고 인적 분할을 검토하는 등 주주들이 손해를 입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거나, 물적 분할을 하려면 주주 피해를 복구해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개인투자자의 불만은 왜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택했냐는데 있다. 인적분할은 분할비율대로 기존주주가 신주를 배정받는 반명,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배터리를 보고 LG화학을 샀는데, 배터리가 빠진다면 LG화학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불만이다.

그러나 LG그룹으로서는 신규 자금조달의 규모나 지주회사인 LG의 자금력과 지배력 유지 등을 감안할 때 물적분할이 더 적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LG화학은 전일대비 6.11%(4만5,000원) 하락한 64만5,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거래량은 무려 334만주를 넘어서며 회전율이 433%에 달했다. 그만큼 손바뀜이 빨랐다는 뜻이다. 이틀간 주가하락폭은 11.48%(8만1,000원)에 달하며 날아간 시가총액만 6조3,400억 원에 달한다.

이달 들어 기관의 순매도 금액은 3,600억 원에 규모다. 외국인도 1,100억 원 순매도 중이나 개인만 4,500억 원이상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날엔 개인은 1,500억 원가량 순매도하며 실망감을 매물로 표출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1,000억 원, 350억 원 각각 사들였다.

한편 16일 분할 소식이 알려진 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보고서를 쏟아냈는데, 분할 결정이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할 거라고 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호재라 본 쪽이 많았다.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는 목표 주가를 각각 105만 원과 100만 원으로 제시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배터리 부문이 따로 상장된다면 투자자들이 LG화학 주식을 팔고 배터리 주식을 사면서 LG화학 주식이 하락하지 않을까, 배터리 부문 지분을 매각하면 성장하는 배터리 사업 가치를 다 못 누리는 것이 아닌가 같은 우려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배터리 부문의 가치가 지금 LG화학 주가에 반영된 수준보다 높다면, 모회사인 LG화학의 가치도 같이 상승할 것"이라며 분할은 악재보다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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