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평도서 보이는 북 개머리해안포 구멍
[김민호 기자]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를 하다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뒤 불에 태워지는 초유의 사건이 '제2 박왕자 사건'으로 비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은 북한이 국경지대에 유입된 생명체를 무조건 사살하는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A씨에게 반인륜적인 만행을 저질렀으며, 이는 북한 해군 상부의 지시에 따른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통일부 역시 북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으며, 지난 6월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망을 끊고 연락사무소를 폭파함에 따라 북한과 연락할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24일 국방부 명의 입장문을 통해 우리 민간인 사살 사건을 규탄하고 북한에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지만, 북측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이번 사건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이어 북측의 총격에 우리 민간인이 사망한 두 번째 사례로, 국민들의 대북 여론 악화와 이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민간인 사살 사건까지 발생함에 따라 국내 대북 여론이 악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을 감안해도 방역을 이유로 민간인을 사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탓에 북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하게 식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 2주년을 맞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로부터 며칠 만에 민간인 피격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남북 합의 정신이 퇴색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이번 사건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과 남북 방역·보건 협력 메시지 등 대북 대화 기조를 띄운 것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야당은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을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 견주며 '제2의 박왕자 사건'으로 명명하고 공세를 가하고 있다.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지역을 넘었다는 이유로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 피살되면서 당시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과 같았던 금강산 관광사업은 급작스럽게 중단됐고, 진상조사 및 사과 문제로 남북 경색 국면이 장기간 이어졌다.

북한이 향후 공식매체 등을 통해 입장을 발표할 수 있으나 남북 당국간 대화가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될 만큼 진상을 밝혀내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10월10일) 성과 마련에 집중하면서 대외 사안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침묵하거나 최소한의 반응만 전할 가능성이 높게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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