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미 코니 배럿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
[정재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후임으로 일찌감치 새 연방대법관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던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 7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임명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배럿 판사를 연방대법관에 공식 지명하면서 "그녀는 탁월한 업적, 우뚝 솟은 지성, 헌법에 확고한 충성심을 가진 여성"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명 발표장에 참석한 배럿도 "미국을 사랑하고 헌법을 사랑한다"고 호응했다. 그러면서 "인준이 된다면 내가 속한 집단이나 나를 위한 대법관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료 시민들을 섬기기 위해 그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CNN은 "대법원은 1930년대 이후 이렇게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코니 배럿 대법관 임명은 "단지 한 표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며 수십 년간 진보 성향의 재판관 4명은 때때로 긴장된 협상을 통해 보수 진영의 결정적인 다섯 번째 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미국의 최고 법원이 우익으로 옮겨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 권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성 결혼의 권리를 가까스로 선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배럿은 낙태 문제나 이민 정책, 총기 소지 권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관점을 같이 한다. 그는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비판적 견해를 밝혀왔다. 여성이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했던 대법원의 역사적 판결에 반대 입장을 가진 셈이다.

배럿은 총기 금지에 대해선 수정헌법 2조의 총기 소지 권리를 2차적 권리로 다루는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판결에 반대 의견을 낸 적도 있다.

전업주부인 어머니와 변호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배럿 판사는 검사 출신인 제시 배럿과 결혼했다.

그는 총기, 임신중절 수술 등 문제에서 일관적으로 보수 성향을 보여왔다. 특히 여성의 임신 중절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비판해왔다. 배럿은 가톨릭 신자로 이날 지명 발표장에는 남편과 7명의 자녀와 함께 나왔다.

배럿은 "나는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 헌법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색이 짙은 배럿 판사를 새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하자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상원은 미국 국민이 다음 대통령과 의회를 선택할 때까지 인준에 나서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지명을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이번 결정으로 연방대법원이 오른쪽으로 더 치우칠 것으로 보인다"며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11월3일 대통령 선거 이전에 새 연방대법관 인준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럿을 공식 지명함에 따라 사법위원회는 다음달 10일 인사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 배럿 인준을 위한 상원 전체 투표는 10월26일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배럿 지명으로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9명 중 보수 대법관이 6명으로 늘어난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