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비가 내리고 있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나부랭이'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부류의 사람이나 물건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흔히 사람을 낮춰 모욕할 때 자주 쓰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생에 나라를 세 번 정도 구한 것 같다"며 문 대통령과 현 정권을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날 오후 '채널 이바구' 초청으로 부산 벡스코에서 박형준 부산시장(당시 동아대 교수)와 함께 한 시사 대담 '진영을 넘어 미래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 때문에 거저 대통령이 됐고, 김정은을 만났고 코로나 사태가 와서 지지율을 회복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촛불정권으로 자기를 브랜딩했기 때문에 기대했는데 작년부터 맛이 가버렸다"며 "이 정권은 하나의 기득권 세력으로서 자리를 잡았으나 가치를 지향하는 집단으로서는 몰락했다고 본다"아고 평가했다. 이어 "코로나 방역은 잘했다고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나머지는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이 정권은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자기들 수사 못 하게 검찰 독립성을 떨어뜨리고 있고, 감사원이 감사를 못 하게 하고, 법원 탄핵을 서슴없이 언급하고 있다"며 "이 정권이 사회 감시와 견제하는 기관을 무력화하고 있다. 자본주의 자체가 무너지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진 교수는 당시 추 장관을 '깍두기'로, 일부 국회의원을 '나부랭이'로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추미애는 깍두기. 그냥 붙여주는 애, 청와대서는 아무 말도 없고, 이낙연이 거들고, 의원 나부랭이들이 거들고, 결정은 청와대에서 내려졌다고 보인다"고 했다. 
 
당시 진 전 교수의 이같은 발언을 접하면서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가히 천재적 표현이자 '명언'이란 느낌이 들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어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에 대해 “검찰개혁에 저항하다가 사표를 낸 사람이 5·18 정신을 운운할 자격이 있나”고 비판했다. 
 
이어 정 의원은 “대한민국 권력기관 중에서 가장 독점적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가장 견제 받지 않는 민주주의 사각지대가 바로 검찰이다. 국민 위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마지막 민주주의 금단의 땅이 검찰”이라며 “직전 검찰총장으로 검찰개혁에 저항하다가 사표를 낸 사람이 5·18 정신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5·18 영령들이 윤석열의 반민주적 반검찰개혁을 꾸짖지 않겠는가?”라며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라. 5·18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씨가 5·18에 대해 한마디 걸치는 것을 보니 안 어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며 “정치적 흉내내기 하는 것을 보니 정치적 욕심이 세게 붙었다는 생각이 든다. 윤 씨는 어쩐지 정치와 민주주의 이런 종목에는 안 어울리는 선수 같다. 차라리 UFC가 적성에 맞을 것 같은 이미지”라고 비꼬았다. 
 
다음날인 17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지속적으로 폄훼해 온 지만원씨를 무혐의 처분했다”며 “5·18 정신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거들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은 지씨에 대해 무혐의 봐주기 처분을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는 김 의원 발언은 사실 관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라고 한 언론이 짚었다. 지씨에 대한 불기소를 내린 건 친 정부 성향 검사로 불리는 이정수 현 법무부 검찰국장(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이었다. 지씨는 지난해 11월 30일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당시 윤 전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으로부터 직무배제를 당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어쨌건 시쳇말로 이들 두사람이 윤 전 총장을  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윤 전 총장이 무섭거나 남 씹는게 체질인 사람이거나다. 아니면 이들 두 사람에게 윤 전 총장이 나부랭이로 보이기 때문일게다.
 
나부랭이의 또 다른 뜻은 종이나 헝겊 따위의 자질구레한 오라기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월요일 오후, 진중권 전 교수가 지목한 '나부랭이'들이 빗물에 씻겨 가면 좀 깨끗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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