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그렇다면 여기까지". 보통 상대방을 향해 이 같은 말을 뱉으면 '이별 통보'라 보면 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예정됐던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가 일정을 당일 취소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전날 앞선 발언의 연장선상이라 보면 그리 이해 못할 부분도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중대 결심'을 염두하고 일정을 취소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좀더 구체적으로 전날 불거진 '이준석 패싱' 논란이 제기된 것을 거론하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및 당대표직 사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대표 측은 “몸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갈 길 먼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 보면 흔한 말로 '미칠 일'이다. 
 
최근 여의도에서 돌고 있는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는 이번 대선을 '윤석열 대 이재명'이 아닌 '국민의힘 대 이재명'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것이다. '말이 되는 소리냐'고 지지층은 화를 내겠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소환치 않더라도 대선 이후의 정치 지형을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지'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권경애 변호사가 언급한 윤석열 '문고리 3인방'도 한 몫하고 있다.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직능총괄본부장에 임명된 김성태 전 의원이 딸의 특혜 채용 논란이 확산되자 본부장직 자진 사퇴를 선언했지만 김 전 의원 본부장 임명에 관여한 인물이 누구냐는 것이다. 
 
지난 2018년 5월 당시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인 장제원 의원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한 김성태 원내대표(당시)를 향해 "진정성을 분명히 느꼈다”고 했다. 특히 이들 두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 노선을 함께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통상 중앙위 의장이 조직 직능 관리를 해왔다.  김 전 의원이 선대위에서 당연직으로 직능총괄본부장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저도 사건(딸의 특혜 채용 논란)이 좀 오래돼서 뭐 잘 기억을 못 했다"고 언급해 실질적인 인선은 '윤 측근' 선에서 이뤄졌음을 의심케 한다. 결국 측근 중심으로 선대위가 되돌아 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측근 정치'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당 안밖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주간조선은 "다른 흐름은 윤석열 후보 측이 이른바 ‘빅 픽쳐(큰 그림)’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후보가 공을 들여 영입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에게 ‘특별 임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단 김병준 위원장은 홍준표 의원과 관계가 좋다. 김한길 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사이가 나쁘지 않다. 반면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는 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대선을 이끌면 나름의 지지층을 가진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의원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향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와, 홍준표 의원의 적극적 지지를 위해서 일단은 내부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김한길 위원장의 역할도 주목하고 있는데, 제3지대 새로운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국민의힘이 여기에 포함되는 모양새를 만들어 정치 세력 교체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재 영입이 어느 때보다 용이한 상황이라 세대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같은 날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에서 언급되는 이른바 '이준석 패싱' 논란을 놓고 이 대표가 상임 선대위원장은 사퇴하고 당 대표만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홍 의원은 청년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국민의힘 내 '이준석 패스' 논란으로 참 가슴이 아프다. 이 대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패싱을 당할 바엔 상임 선대위원장을 사퇴하고 당 대표로 당만 지키는 방법도 있다"며 "선대위는 자기들끼리만 하라고 하고"라고 했다.
 
앞서 홍 의원은 '윤석열이 와서 당을 망치고 있다'는 게시글에 대해선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 떨어진 중진들이 몰려다니면서 당 대표를 저렇게 몰아세우니 당이 산으로 간다"며 "밀려난 중진들이 대선보다 자기 살 길 찾기에 정신이 없다. 당 대표를 겉돌게 하면 대선을 망친다"고 경고키도 했다. 이어 '선거를 총 지휘할 당 대표에게 전권은커녕 정치 경험이 없고 어리다고 무시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에 대해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측근 파리떼들에게 포위돼 있다"며 "이회창 때는 '7상시'가 대선을 망쳤는데"라고 했다.
 
이같은 논란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약한 김태호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패싱 논란'에 "차, 포 다 떼고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건가"라며 "누구든 말을 삼가고 자중하길 바란다"며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후보의 눈과 귀를 가려선 안 된다.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한시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윤석열의 결단의 시간이 온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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