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후보자 등록 접수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6·1 전국지방선거에 7,616명의 후보들이 등록을 마치면서 본격적인 '선거 정국'이 막을 올렸다. 뉴스1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지는 첫 대규모 선거인 만큼, 새 정부의 국정동력과 정국 주도권을 놓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예고했다.
 
여야는 나란히 '과반 승리'를 노리고 있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국민의힘은 9곳, 민주당은 8곳을 목표로 잡았다.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양당 후보들이 초접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안철수 등 대권주자급 후보들의 등판도 눈여겨볼 만하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 승리 목표치를 광역단체장 선거 기준 최소 9곳으로 설정했다. 현재 우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강원·충북 8곳에 격전지인 경기·인천 중 적어도 한 곳에서 지방 권력을 잡겠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최소한 9군데 승리를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핵심 승부처인 경기도지사 선거는 포지티브(긍정적)한 입장에서 전체 흐름을 보고 있고, 충청도도 전체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8곳에서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진보 텃밭인 호남(전북·전남·광주)과 민주당 후보가 우위를 달리고 있는 제주·세종 등 5개 지역에서 승기를 굳히고, 경기·인천·강원·충남 중 3곳을 가져오겠다는 계산이다. 오차범위 내 박빙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대전과 세종에서도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패배를 딛고 기운을 다시 회복하고 5년 후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책임야당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는 선거를 치르는 것이 큰 목표"라며 "현재 여론조사에서 4~5곳만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17개 시·도 중 8곳을 이겨내 사실상 승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비교우위에 서 있지만, 민주당의 저력도 만만찮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대의명분에서 앞서고 있지만, 전국 지방자치단체장과 시·군·구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경북과 제주를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이겨 대승을 거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9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표차는 불과 0.73%포인트(p)였다는 점도 부담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14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지금 정권교체를 했지만 미완(未完), 절반밖에 못 한 것"이라며 지방선거 승리를 역설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최대 격전지는 수도권이다. 여야는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선거 승리를 공동으로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50%에 육박하는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은 '수도권 싹쓸이'를, 민주당은 '수도권 방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김은혜 후보가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히는 추세다.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면서 '러닝메이트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헤럴드경제 의뢰로 지난 10~11일 경기도 유권자 802명을 설문한 결과 '차기 경기도지사 지지도'에서 김동연 후보는 42.4%, 김은혜 후보는 41.8%를 기록했다. 김은혜 후보가 0.6%p 뒤진 결과이지만,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설문한 여론조사(김동연 47.9%·김은혜 38.8%)와 비교하면 김은혜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경기도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경기도지사 관련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김은혜 후보 40.5%, 김동연 후보 38.1%, 강용석 무소속 후보 4.0% 순으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차이는 2.4%포인트(p)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p) 내 접전이었다. 이들 두 후보는 지난달 29~30일 동일한 기관의 조사에서도 0.1%p(김동연 42.6%, 김은혜 42.7%) 차이를 보였다.
 
인천시장 선거 판세는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뉴스더원 의뢰로 지난 10~11일 인천시 성인남녀 1,001명을 상대로 '인천시장 후보 지지도'를 설문한 결과,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 44.4%, 박남춘 민주당 후보 41.2%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설문한 조사에서 유정복 46.0%, 박남춘 39.5%를 기록한 점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결과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인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천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도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45.8%)가 박남춘 민주당 후보(32.9%)에 12.9%p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과 대내외적 변수가 지방선거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6·1 지방선거는 정권교체 후 3주 만에 치러지는 '대선 연장전' 성격을 갖는 만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막판 표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벌인 5월2주차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2%,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7%로 집계됐다. 취임식(10일) 직전(5월3~4일)에 조사된 긍정 평가는 41%로 집계됐으나 취임 후에는 지지율이 급등한 것이다.
 
'윤심'(尹心)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선거는 경기도지사 선거가 대표적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출마 직전까지 윤 대통령의 당선인 대변인을 맡으며 '윤석열의 사람'으로 거론된 인물이다. 경기도는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라는 점도 한 요인이다.
 
복수의 언론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과 민주당의 '성(性)비위 사건' 등 외부적 요인도 판세를 흔드는 변수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지연하면서 '새 정부 발목잡기' 프레임에 덧씌워진 점도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부 변수들은 대체로 국민의힘에 호재가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새 정부의 집권여당이라는 프리미엄에 더해 청와대 개방, 한미정상회담 등 각종 호재가 잇따르는 상황"이라며 "반면 민주당은 선거 직전에 '성 비위 사건'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져 전세가 크게 불리해졌다"고 진단했다.
 
엄 소장은 "지방선거를 전망한다면 국민의힘 13대 민주당 4라는 결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호남 3곳과 제주는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가져가겠지만, 그외 수도권을 포함한 지역은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격전지 중 한 곳인 충청권에 대해서도 "세종을 제외하면 충남·충북·대전 모두 국민의힘에 기우는 추세"라고 봤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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