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6일 오전 10시부터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9차 공판을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고영태 전 이사는 이날 오후 2시께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법정 공방을 이어갔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최순실 게이트'를 터트린다고 최씨를 협박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간 최씨가 "고씨 등이 게이트를 터트리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한 내용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고씨는 검찰이 "고영태, 류상영(더운트 직원)이 최순실 게이트를 터트린다고 협박했다는 데 사실이냐"고 묻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이 "증인과 류상영이 자료를 조작하고 허위로 엮었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묻자 "그렇게 이야기하면 제가 더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제가 모든 사건을 조작했다면, 안종범 수석을 움직였고 정호성 비서관을 움직여서 그런 조작을 했다는 것이고 대기업을 움직여서 300억원을 지원받게 하고 독일에 있는 비덱에 200억원 정도 돈을 지원 요청했다는 건데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씨는 검찰이 "증인은 그런 힘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묻자 "그런 힘 전혀 없다"고 답했다.

국정농단과 개인비리 의혹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최씨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취지다.

▲ 최순실씨 9차공판 참석하는 이경재 변호사
앞서 최씨는 지난달 16일 헌재에 증인으로 나가 고씨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등이 악의적으로 모함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최씨는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과 고영태, 류상영 등이 '게이트를 만들겠다, 녹음파일이 있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검찰에서도 보니 저한테 다 미루고 뒤집어 씌웠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2014년도부터 고씨가 그걸(의상실 CCTV) 찍을 때부터 얘들이 계획적으로 제 게이트를 만들겠다느니 협박을 한 적이 있었다"며 "그런 걸로 도모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대리인단도 "이 사건의 발단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불륜"이라며 이후 둘의 사이가 틀어졌고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를 알게 된 일당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실패하자 악의적으로 제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청객 "최순실 측, 고영태 쥐 잡듯 잡더라"

특히 이날 최순실 씨 변호인단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를 상대로 쉴틈 없는 질문 공세를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방청객은 "최순실 측 변호사가 고영태씨를 쥐 잡듯 잡더라"고 전했다.

그러자 오후 6시께 방청객으로 참석한 60대 여성 두 명이 퇴장 조치를 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들은 "최순실 씨 측 법률대리인 이경재 변호사가 고영태 전 이사를 다그쳐 입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방이2동에 거주하는 이모 씨는 "이경재 변호사가 고영태 씨를 다그쳤다"며 "오죽하면 검사가 '그렇게 질문을 퍼부으면 나도 대답을 못한다'고 했겠냐. 너무 화가나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7시 40분 휴정 이후 법정 밖으로 나온 방청객들도 최순실 변호인단 측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돈에 영혼을 팔았다", "우리가 1만 원씩 걷어서 주자", "고영태를 쥐 잡듯이 잡았다" 등의 말을 이경재 변호사 면전에 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어떤 질문을 어떻게 했냐'고 묻자 "난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자 바로 옆의 한 방청객은 "당신은 영홍을 팔아먹는 악마의 변호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고영태 "최순실, 유재경 만나 아그레망 얘기" 폭로

한편 이날 고영태씨는최순실씨가 지난해 여름 고영태(41)씨와 함께 유재경(58) 미얀마 대사를 만났다는 법정 증언을 이어 갔다.

고씨는 "2016년 8월 초순께 최씨와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 미얀마 무역진흥국 서울사무소 관장인 인호섭씨와 미얀마를 다녀왔다"며 "최씨와 함께 유 대사를 만났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최씨가 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해 역삼동 식당에서 이 본부장, 인씨와 함께 유 대사를 만나게 됐다"며 "그때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검찰이 "며칠 후 최씨와 유 대사 등 5명을 다시 만났는데 '아그레망을 보내주겠다', '아그레망을 보냈다'라는 말을 했는가"라고 묻자, 고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고씨는 "당시 아그레망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나중에 인씨에게 물어봤는데 대사를 파견하기 전 상대국에 사전 인가를 받는 의미 등의 이야기를 해줬다"며 "(유 대사 임명이) 그땐 몰랐는데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최씨가 한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미얀마 케이타운 사업 추진과 관련해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라고 묻자, 고씨는 "미얀마 정부에서 부지를 주고 한국 정부가 자금을 출연해 진행하는 걸로 안다"며 "최씨와 인씨가 케이타운 설립을 추진했고 미얀마 장관 등이 한국에 와서 안 전 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과 회의했다고 인씨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어 "케이타운 사업 추진이 잘 됐냐"고 하자, 고씨는 "한국 정부 기관에서 타당성 조사를 했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진행되지 않은 걸로 안다"며 "(최씨가)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차후 발생하는 수익구조를 봤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검찰이 "미얀마 사업과 관련해 현지 법인 지분을 고씨가 받기로 했는데 최씨가 가로챘다는 보도가 있다"고 하자, 고씨는 "사실무근이다. 미얀마에 다녀와서 바로 회사에 사직서를 냈기 때문에 지분 관계는 그 뒤에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최씨가 관세청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고씨는 "지난해 1월 인천본부세관장에 취임한 김대섭씨 인사도 최씨가 관여했다"며 "최씨가 2015년 12월 세관장에 앉을만한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고 류상영 전 더블루케이 부장에게 김씨의 이력서를 받아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김씨에게 상품권을 받아 최씨에게 전달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고씨는 "류 전 부장, 김씨 등과 만났고 류 부장으로부터 상품권을 받아 최씨에게 전달했다"며 "류 부장에게 받을 때 김씨 쪽에서 줬다고 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또 "지난해 1월 관세청 고위 간부들이 국가비상사태 뒤에 술자리한 사실이 보도되자 최씨가 관세청 차장과 인사국장에 추천할 적임자를 알아보라고 지시했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고씨는 "그렇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문제 있다는 보도에 그 자리에 누가 들어가면 되는지 알아보라고 했다"며 "관세청에 일하고 있던 인사를 통해 류 전 부장이 취합했고 제가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후 고씨 등이 올린 보고서대로 실제 기재부 출신 인사 등이 관세청에 선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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