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A 캡쳐
[신소희 기자]전직 민주당원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불법성 여부의 핵심인 ‘매크로 프로그램’ 조달 의혹을 받는 박모씨(필명 ‘서유기’)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앞서 구속된 김모씨(필명 ‘드루킹’)의 지시를 받아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난 1월 17일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관련 기사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 2건에 반복적으로 ‘공감’을 클릭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 추가 공범 2명의 혐의를 수사하던 경찰은 범행에 쓰인 매크로 프로그램을 박씨가 구해 김씨에게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가운데 '드루킹' 김모(48·구속기소)씨 일당이 작업에 사용한 공용 아이디가 베트남 휴대폰과 연동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일당은 댓글 공작을 위해 해외 번호로 대포폰을 개설했거나 해외에서 댓글 공작을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의 '댓글 공작 모니터링 매뉴얼'에는 모니터 요원들의 보안 사항과 관련해 '반드시 보안 USB 안에 깔린 텔레그램과 크롬브라우저를 이용' '산채(댓글공작 장소로 이용된 출판사 느릅나무 사무실 지칭) 방문 시 보안 USB를 하나씩 드릴 예정'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을 남겨선 안됨'이라고 적혀 있다.

이어 '정치/경제 메인 (많이본기사) 1~10위권에 우리가 작업한 기사들을 새로고침, 서치하면서 다른 세력이 뒤집기를 시도하거나, 10위권 밑으로 내려가거나, 새로운 기사가 10위권에 올라오면 게잡이 방에 알려주세요'라며 작업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보안을 강조한 구체적 지침과 함께 이 매뉴얼에는 특히 댓글 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공통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안내돼 있다.

김씨 일당의 해당 아이디로 각 포털에 등록된 휴대전화 번호는 모두 '+84'로 시작한다. '+84'는 베트남 국가번호다. 또 각 포털에 가입된 아이디는 1개인데, 네이버와 다음 등 각 포털에 등록된 휴대폰 번호는 서로 다르다.

김씨 일당이 복수의 해외 명의 대포폰을 개설해 댓글 작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국내에서 추적이 어려운 해외 휴대전화를 복수로 개통, 각 포털 아이디마다 다른 휴대폰 번호를 등록한 것은 국내 경찰 수사망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압수 휴대폰 대부분이 국내 이동통신사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여서 해외 이동통신사에 가입해 대량의 대포폰을 개통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경찰은 지난 17일 검찰에 제출했던 휴대폰 133개를 다시 돌려받았다. 분석 필요성이 없다며 전날 검찰에 넘겼던 휴대폰 중 대부분이다. 경찰에서 대포폰 개설 정황을 파악해 휴대폰 회수를 요청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경찰은 종전 2개였던 수사팀을 5개로 확대하면서 세무·회계 전문가가 포함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을 이번 사건에 투입해 댓글 활동자금과 출판사 운영비 출처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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