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지난해 4월25일 뉴욕의 한 아이폰에 뜬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 아이콘.
[이미영 기자] "시사·정치·교양 등 영상을 공급하며 10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A씨는 딸 명의 계좌를 구글에 등록, 광고 대가 중 상당액을 분산했다. 자신의 계좌로 받은 광고 대가 중에서도 일부만 종합 소득세를 신고했다. 또 자신의 영상에 나온 다수의 출연자에게 출연료를 지급하면서 원천징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구독자 1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정치·시사 유튜버 A씨는 딸 계좌를 활용해 이같이 소득세 수억원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20만 SNS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인프루언서(Influencer) B씨는 수억원의 광고수익을 신고 누락하다 세무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1인 미디어 시장이 커지면서 고소득 유튜버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도 잦아졌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제작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 동영상에 붙는 광고 조회 수에 따라 수입이 생긴다. 이 수입을 유튜버 본인 명의 계좌가 아닌 차명 계좌로 받아 소득세를 탈루하거나, 1만 달러(1,240만 원) 이하의 소액 광고 수입은 아예 신고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세무 조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를 적발하기 위해 한 건당 1,000 달러(124만 원), 매년 1명당 1만 달러 이상의 외환거래 관련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국가 간 금융거래 자료도 세무 검증에 활용할 예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어린이·육아, 게임, 먹방 등 콘텐트가 다양해 지면서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는 유튜버도 급증했다. 2015년에는 367명에 불과했지만, 이달 기준 4,379명으로 11.9배 증가했다. 정부는 국내 1인 미디어 시장의 매출 규모도 올해 5조1,700억 원에서 2023년 7조9,000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관련 시장 내 과세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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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1위로 ‘유튜버’가 꼽히는 시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Harris Poll)이 레고(Lego)와 함께 미국, 영국, 중국의 8∼12세 어린이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과 영국 어린이 약 30%가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많은 어린이들의 꿈이었던 우주인은 양국 모두 11%로 뚝 떨어졌다. 영국 여행사 퍼스트초이스의 조사에서도 6∼17세 응답자 34%가 유튜버를 장래희망으로 선택했다고 최근 BBC가 보도했다.

하지만 키즈 유튜버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직 가이드라인이 정착하지 않은 단계라 비판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빛에만 주목하다가 그림자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1인 크리에이터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6세 여자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을 담은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보람튜브'는 3,100만 명(보람튜브 브이로그 1,806만 명+보람튜브 토이로그 1,375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엄청난 광고수익을 올려 95억 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 빌딩을 사들여 최근 화제가 됐다.   

77세 지병수 할아버지는 손담비의 '미쳤어' 춤을 춰 '할담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후 지난 4월 유튜브에 'Korean Grandpa’s crazy K-pop 할담비 지병수' 채널을 열어 각종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6세 아이부터 77세 할아버지까지 바야흐로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대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인 크리에이티브의 세계에 뛰어드는 사람도 심심찮게 나타날 정도로 최근 폭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의 콘텐츠를 만들어 여러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데다 부가적으로 수익까지 올릴 수 있어서다.

실제로 1인 크리에이터들은 수익 측면이나 일에 대한 만족도가 직장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간 편차가 큰데다 직업 안정성이 낮고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위험요소들을 안고 있어 정책적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승렬 선임연구위원(부원장)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용관 부연구위원·이상규 연구원은 7일 1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장 현황과 실태, 노동환경에 대해 집중 분석한 '미래의 직업 프리랜서'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0~11월 1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등록된 한국MCN 협회 회원 25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방식으로 소득·만족도 등을 살폈다. 이번 조사는 1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국내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조사 결과 크리에이터를 주업으로 하는 비율은 24.0%(60명), 부업으로 하는 비율은 23.2%(58명), 취미로 하는 비율은 52.4%(130명)로 나타났다.

주업으로 하는 크리에이터 월평균 소득은 536만 원으로 조사됐다. 부업으로 하는 크리에이터 소득은 333만원, 취미로 하는 크리에이터 소득은 114만 원으로 집계됐다.

최대 5,000만 원을 버는 크리에이터가 있는가 하면 주업인 경우에도 5만 원 밖에 벌지 못하는 크리에이터가 있어 크리에이터 간 소득 편차가 크다고 연구진은 부연 설명했다.

주업으로 하는 크리에이터의 경우 크리에이터 활동 직전 소득이 월평균 295만 원으로 조사돼 크리에이터를 하면서 얻는 소득이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크리에이터에 도전했다가 실패해 도태됐거나 소득이 없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번 월평균 소득 조사 수치를 크리에이터 평균치로 추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크리에이터 소득 경로(주업 크리에이터 기준)의 경우 광고가 43.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후원(24.2%), 홍보·판매(20.7%), 임금(11.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의 경우 이용자들에게 직접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인비디오(in-video), 인스트림(in-stream), 배너(banner), 트루뷰(TrueView) 등 다양한 유형의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광고 시청시간, 클릭 수 등을 종합해 발생한 수익을 크리에이터 측과 배분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아프리카TV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시청자와 이용자의 기부나 후원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형성됐다. 예컨대 시청자들이 아프리카TV 플랫폼에서 별풍선, 스티커 등의 아이템을 구매해 크리에이터에게 기부하는 형태로 선물하면 그것을 받은 크리에이터가 일정한 비율로 수수료를 제외하고 아프리카TV 측을 통해 환전하는 형태로 수입을 올리는 구조다.

크리에이터 기획사를 뜻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다중 채널 네트워크) 산업도 커지고 있다. 국내 유튜브 인기 콘텐츠 1000개 중 413개가 MCN 기반 콘텐츠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60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CJ E&M의 다이아TV와 150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트레져헌터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주요 포털 업체들도 네이버TV, 카카오TV 등의 형태로 MCN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크리에이터들의 업로드 영상 제작시간은 평균 35.9시간이었다. 1일을 9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으로 계산한다면 4일이 걸리는 셈이다.

한편당 제작비용은 10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76.3%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10~29만원 13.1%, 30~49만원 3.3%, 50~99만원 4.5%, 100만 원 이상 2.9% 등으로 나타났다.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으로는 유튜브 58.7%(135명), 네이버 19.4%(47명), 인스타그램 10.3%(24명), 아프리카TV 4.5%(11명) 등으로 집계됐다.

콘텐츠 활동 장르(중복 응답)로는 생활·여행이 37.1%로 가장 많았고, 리뷰·리액션 25.0%, 뷰티·패션 22.2%, 엔터테인먼트 18.5%, 먹방(먹는방송) 16.9%, 게임 14.1%, 교육 14.1%, 음악 13.3%, 키즈 12.9%, 지식·정보 12.1%, 퍼포먼스 3.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크레에이터들의 활동 경력은 평균 2.8년이었으며, 향후 희망 활동 연수는 14.0년으로 나타났다. 평균 17년 정도의 활동을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크리에이터들의 4대 보험 가입률을 살표보면 국민연금 가입률(67.5%)과 건강보험 가입률(89.8%)은 비교적 높았으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미가입률이 각각 42.0%, 46.0%로 높게 나타났다. 

크리에이터들은 주로 자신을 예술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점(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10점(전적으로 동의한다) 척도를 사용해 각 응답지에 동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예술인이 6.6점, 노동자 5.6점, 사업가(자영업자) 5.8점으로 나타났다.

크리에이터는 일반인보다는 크리에이터로서 행복감을 더 많이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에이터로써 일종의 자부심인 셈이다. 

일반인으로서 느끼는 행복감의 정도가 평균 6.3점인데 비해 크리에이터로서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6.7점으로 나타났다.

1인 미디어 콘텐츠 분야 활동 동기를 조사(중복 응답)한 결과 '재미·취미로 활동을 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52.6%로 가장 높았으며, '1인 콘텐츠 열정 때문에' 41.4%, '일하는 것이 자유로워서' 38.2%, '향후 유망한 분야로 판단돼서' 34.1% 등으로 조사됐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2~2점 척도)를 세부 항목별로 조사한 결과 '일하는 과정을 통해 배우는 정도'에 대한 만족도가 1.59점으로 가장 높았고, 해당 분야 발전 가능성(0.67점), 기술·능력 활용 정도(0.54점), 개인 발전 가능성(0.54점), 일하는 환경(0.43점) 등도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수입·보상 정도(0.16점), 직업 안정성(-0.07점) 등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우리 정부는 1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사업화를 위한 제작 자금 지원 형태가 주를 이룬다.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이미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심화 과정이 부족하고,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은 크리에이터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도와주는 사업들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연구원 이승렬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미디어 산업의 성장 확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에 대한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원 대상과 방식을 활동 장르별·단계별로 다양화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 이들의 활동, 일하는 방식, 환경, 정책 수요 등을 파악한 다음 대상들의 특성을 고려 한 신규 사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향후 크리에이터가 직업으로서 명확한 위치를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사회안망을 통한 보호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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