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북한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사건과 관련, 지난 23일 새벽 심야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약 10시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에겐 관련 내용이 보고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발표가 논란을 낳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24일 어업지도선 선원인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것에 대해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군은) 무엇을 했나"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세월호 때 은폐했다고 얼마나 국민적 문제를 제기했나. 7시간 동안 뭐했냐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했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야당이 이걸로 물고 늘어지면 국방부 장관은 성하지 못한다"며 "이른바 직무유기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실종된 해당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총살된 뒤 22일 밤 10시10분에 시신이 불태워진 것을 확인했음에도 약 37시간 이상 군이 이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이틀동안 공개하지 않고 있었나"라고 서욱 국방부장관을 몰아부쳤다.

이날 오후 진중권 전 교수 역시 북한 측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을 두고 "대통령의 10시간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가 언급한 '대통령의 10시간'은 공무원 A씨(47) 사살 및 시신 훼손 첩보가 입수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두고 한 말이다. 청와대가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22일 밤 10시30분, 문 대통령에게 대면보고가 이뤄진 시점은 23일 오전 8시30분이다.

23일 새벽 오전 1시부터 2시30분까지 심야 장관회의가 소집되는 등 긴박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적절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진 전 교수는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초보고를 받았을 때만 해도 아직 살아 있었으니, 그때 북에다 구조 요청을 하든 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다만 논란이 일고 있는 지난 23일 문 대통령의 UN총회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해서 진 전 교수는 또 다른 글을 통해 7지나친 정쟁화를 경계했다. 앞서 청와대는 종전선언이 지난 15일 녹화돼 내용의 수정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두 사건은 청와대 해명대로 별개의 건으로 보는 게 맞다"며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야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다. 정쟁으로 가져가야 야당에 좋을 거 하나도 없다"고 충고했다.

한편 25일 중앙일보는 청와대서 23일 새벽 관계장관 회의가 열렸지만 문 대통령은 회의 열린 것도 몰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발신한 메시지 역시 현실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23일 새벽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던 오전 1시26분부터 42분까지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영상 연설에서 “한국전 발발 70주년인 올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끝내야 한다”며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15일에 녹화해 18일 유엔에 보냈다는 영상 연설은 원고 수정 없이 그대로 진행됐다. 청와대는 “첩보만으로 연설을 취소하거나 수정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지만 야당에선 “피살 사태가 유엔 연설 이전에 즉각 보고되지 않았다면 군과 정보기관의 직무 태만이며, 아니라면 유엔 연설을 의식한 고의 지연”(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이라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은 첩보를 보고받은 뒤인 23일 오후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도 관련 내용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평화의 시대는 일직선으로 곧장 나 있는 길이 아니다. 진전이 있다가 때로는 후퇴도 있고, 때로는 멈추기도 하며, 때로는 길이 막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공식화된 24일 오후 경기도 김포의 온라인 공연장 ‘캠프원’에서 열린 문화콘텐트산업 전략 보고회에도 예정대로 참석했다. 보고회에선 실감 오디오 콘텐트를 체험하는 아카펠라 공연까지 그대로 진행됐다. 이 행사를 마친 문 대통령이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공식 메시지를 내놓은 건 청와대가 이씨 사망 첩보를 입수한 지 43시간 만이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유엔 연설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사고’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지속되고 견지돼야 하는 관계”라고 말했다가 기자들의 지적에 “그냥 사고가 아니고 반인륜적인 행위가 있었다”고 정정했다.

다음은 진중권 전 교수의 페이스북 글 전문

대통령의 10시간이 문제가 되겠네요. 최초보고를 받았을 때만 해도 아직 살아 있었으니, 그때 북에다 구조 요청을 하든, 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설마 표류자를 사살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년 8월에 이미 김정은이 국경에서 월경하는 자들을 사살하라는 지침을 내려놓은 상태였지요. 이미 우리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고. 그럼 최악의 경우를 예상했어야 하는데....

그건 그렇고,  표류자와 방호복과 방독면을 끼고 접촉을 했다고 하니, 무지막지한 북조선 버전의 방역조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발견된 지 몇 시간 만에 사살을 한 것을 보면, 상부의 지시로 취한 조치임에 틀림없습니다. 전시에도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는 것은 '전쟁범죄'로 처벌 받습니다. 지금 전시도 아니고, 비무장민간인, 그것도 물에 떠서 탈진한 사람을 사살한다는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용서받지 못할 범죄죠. 

여기서도 '코로나 보안법', 즉 방역을 빌미로 국민의 기본권을 함부로 제한해도 되느냐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아예 코로나 빌미로 인민의 생명권까지 박탈하는 모양입니다. 딱히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에 필요한 기술, 재원이나 그밖의 여력이 없다는 얘기겠지요. 무서운 일입니다. 그렇게도 접촉이 무서웠다면, 차라리 끈으로 묶어 NLL까지 데려가 남측에 넘겼으면 좋았을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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