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징천문대·호주 모나시大 연구팀, 행성 잡아먹는 외계 항성 첫 관측
은하수 인근 쌍성 집중 분석…태양 같은 별 최소 8%가 행성 포식

항성이 행성을 잡아먹는 모습의 상상도. (사진=나사)
항성이 행성을 잡아먹는 모습의 상상도. (사진=나사)

[김승혜 기자] 최근 천문학계는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을 잡아먹은 7개의 항성(별)을 발견했다. 행성을 잡아먹은 것으로 파악된 쌍성(2개 별이 서로 끌어당기며 공전하는 천체)의 수도 기존에 확인됐던 수치보다 2배 늘었다. 태양계 외 외계행성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학계에서는 우리가 사는 태양계가 우주에서 아주 평화로운 공간 중 하나라는 점을 다시금 인식하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23일 학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국립천문대, 호주 모나시 대학의 연구팀은 탄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비교적 안정적인 주계열 항성들이 행성을 먹어 치우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당초 항성이 행성을 잡아먹는 현상은 행성 궤도가 불안정하고 천체 간 충돌 가능성이 높은, 탄생한 지 얼마 안된 초기 항성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정돼왔다. 하지만 이번에 포착된 행성 포식 현상은 지난 수억년 사이에 벌어진, 우주를 기준으로 하면 최근에 발생한 것이 틀림없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결국 항성이 주계열기에 놓인다 하더라도 행성들이 붕괴되거나, 항성에 충돌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항성이 행성을 잡아먹는 현상을 관측한 건 비교적 최근의 과학적 성과다. 하지만 항성과 비교해 행성들의 크기가 너무 작고, 잡아먹힌 뒤 곧바로 행성들의 성분이 희석돼버리기 때문에 항성들이 과거에도 행성을 잡아먹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항성들마다 구성 성분이나 특징이 다양하다는 점도 난이도를 더 높였다.

이에 연구진은 쌍둥이 별들인 쌍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쌍성계에 놓여있는 항성들은 일반적으로 같은 가스 구름에서 태어나 거의 동일한 구성 성분을 갖게 된다.

연구진은 가이아 우주 망원경을 통해 은하수 인근에서 태양과 비슷한 91쌍의 항성들을 발견했다. 이후 지상망원경 3개로 추가 관측을 진행해 쌍성계 항성들의 원소 분석에 나섰다. 쌍성들 중 하나는 행성을 잡아먹고, 나머지 하나는 먹지 않았을 경우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은하수 인근에서 발견된 태양과 비슷한 쌍성계 항성들의 약 8%가 행성을 잡아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진은 이번 조사가 암석형 행성을 포식하는 항성들만을 겨냥한 만큼 목성 같은 가스형 행성까지 잡아먹는 항성까지 고려하면 비율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쌍성계의 두 항성이 각각 비슷한 성분의 행성을 잡아먹었을 경우에도 구성 원소가 비슷해지며 연구진의 시야를 벗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태어난 지 수십 억 년 된 항성들이 행성을 잡아먹고 있다는 분명한 흔적을 발견한 것을 두고 '예상하지 못한 무엇인가'를 확인하게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혼란이 거듭되는 항성 탄생 초기와 달리 안정적인 주계열 항성들이 어떤 식으로 행성을 잡아먹는 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항성계에 속한 행성들의 대기, 중력 변화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공전 궤도가 변경되거나, 독립적으로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는 '떠돌이 행성(Rogue Planet)'이 불운하게 항성에 잡아먹혔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진은 항성에 잡아먹힌 행성들 외에 다른 형제 행성들이 살아남아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주계열 항성의 행성 포식 현상을 추가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연구진은 "이번 행성 포식 현상의 발견은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감사하게 만들고 있다"며 "외계행성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은 계속해서 천문학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의 태양계는 독특할 뿐만 아니라 의심할 여지 없이 평화롭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